'위국헌신 군인본분'…"사회에서도 안중근 의사 뜻 이을 터"
'위국헌신 군인본분'…"사회에서도 안중근 의사 뜻 이을 터"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6.02.10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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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수 前 육군사관학교장

양종수 중장이 지난달 28일 육군 30사단에서 열린 전역식

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양 중장은 육사 37기 중 가장

먼저 중장으로 진급했고, 제주 출신으로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경호처장을 지낸 김인종 육군 대장에 이어 가장

많은 별을 달았다.

“이제 저는 사회의 초년병으로 돌아갑니다.”

양종수 중장(58)의 눈빛이 막 사회 첫걸음을 하는 20대 청년처럼 반짝거렸다. 조금 전 30사단 연병장에서 사열대 아래 400여 명의 젊은 병사들로부터 전역 축하를 받을 때와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39년, 푸른 군복을 입고 지낸 양 중장에게 ‘안녕’을 고하는 순간이다. 육사 37기로 군인의 길에 접어든 후 준장과 소장을 거쳐 중장, 육군사관학교 교장까지 지낸 그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는 듯 했다.

간단한 다과회가 마련된 30사단 기밀실에는 가족과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중년의 제주 친구들, 군복을 먼저 벗은 육사 동기 등 지인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전역식이 진행된 30사단에서 그를 만났다. 환갑을 앞둔 사회생활 초보자인 양 중장은 얼마 전 딸아이와 처음으로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 이야기를 꺼내며 “한 달 동안 속성으로 권위주의를 내려놓는 법을 혹독하게 배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사회를 접하게 해준 배낭여행으로 그는 지난 연말 국회에서 가진 ‘안중근 장군 순국 105주년‧광복 70주년’을 맞은 ‘안중근 평화상’ 수상자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안 의사가 남긴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 군인의 본분이 헌신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서 육사생도들에게도 헌신하는 마음가짐이 기본이어야 한다는 뜻을 나누기 위해 안 의사의 동상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그의 철학을 설명했다.

양 중장은 육사 교장 재임시절 안중근 장군실 개관과 유묵 따라쓰기 경연대회를 여는 등 군인정신을 강조해왔다. 양 중장은 “안 장군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에 가슴 뭉클했던 적이 있다. 진짜 군인이 무엇인지,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불법 재판에 사형선고를 받은 안 의사가 죽음을 앞두고 편지를 보내자 ‘항소하는 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효도’라며 아들의 수의를 보낸 조마리아 여사의 일화다.

군복을 벗는 소감에 대해 묻자, 잠깐 뜸을 들인 양 중장은 “제주 출신이라는 무게가 항상 있었다. 원하건 원치 않건, 주변에선 제주를 대표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며 육지에서 사는 제주사람들이 으레 짊어지는 시선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양 중장은 지난해 10월 경남 통영에서 열린 ‘2015통영 ITU트라이애슬론 월드컵대회’에 참가해 완주하면서 육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환갑과 퇴역을 앞둔 육사 교장이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 등 51.5㎞를 쉼없이 달리는 것도 모자라 함께 참가한 9명의 남녀 생도들을 이끌며 참가자 전원이 완주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당시 양 교장은 생도들의 체력을 높이기 위해 ‘철인3종부’를 신설하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생도들과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5월 송도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스페인에서 열린 사관학교 국제심포지엄(ISo DoMA)으로 불참하게 됐었다. 그러다 퇴임 두 달 여를 앞두고 통영대회에 참여한 것. 군인들의 소통방식으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날 육사생도들과의 대회 참가 이야기는 ‘약속을 지킨 아름다운 지휘관’이라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사회 초년병으로서 계획을 묻자 “아직은 준비할 게 많다”는 양 중장의 말에 옆에 있던 고향친구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이제 우리하고 술친구해야지”라며 한바탕 웃어댔다.

이날 전역식에는 ‘제주77드림회’ 친구들이 여럿 참여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제주섬 동갑내기 친구들 모임이다. 학창시절 양 중장에 대해 묻자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함께 어울렸다는 문성식씨는 “의리, 보살핌, 배려를 잘했던 친구였고 체격도 좋고 공부도 잘했다. 좋은 군인으로 생활하다 사회로 돌아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양 중장은 사회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각오를 묻자 “군인으로서 육사 교장으로 마무리한 것도 영광이지만, 야전에 있는 것이 저에겐 더 잘 어울려 여기 30사단에서 전역을 한 것”이라며 “사회에서도 헌신하며 의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육군 30사단에서 열린 양종수중장 전역식에서

양 중장 부부가 함께 차량을 타고 입장하고 있다.

▲양종수 중장은…

양종수 중장은 제주시 일도1동(옛 무근성) 출신으로 제주북초등학교와 오현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20회)를 거쳐 1981년 육사 37기 소위로 임관했다.

27사단 연대장과 수도군단 참모장,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 및 계획편제처장, 30사단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군 재직 당시 육군대학 및 합동참모대학,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육사 37기 가운데 처음으로 중장을 달았다. 지난달 28일 중장으로 예편했다.

제주 출신으로는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경호처장을 지낸 김인종 육군 대장에 이어 가장 많은 별을 달았다.

<서울=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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