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인 광해군
태양인 광해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2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명석 한의사

[제주일보] 이글은 광해군이 진짜 태양인 이라기 보다는 태양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관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조선시대의 군주 중 광해군은 저평가된 사람 중의 한 분입니다. 모두 명나라에 신하의 도리로 의리를 지키자고 할 때 그는 과감하게 명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 중립외교를 펼치며 실리를 취득하였습니다. 또한 임진왜란 때 선조는 도망갔지만 그는 의병들과 함께 왜군들과 맞서 싸웁니다. 대동법을 시행하여 지주들의 세금을 거두어서 서민안정을 꾀하였습니다. 아쉽게도 그는 인조 반정으로 인해 물러나게 됩니다.

오늘날에 비유하자면 고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광해군은 적통이 아닌 서자의 아들이었던 점, 노무현은 전통적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상고출신이라는 신분상의 취약점, 대동법의 시행은 노무현 시절의 종부세 시행과 비슷하고 명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점은 미국으로 부터 전작권을 회수하며 자주국방을 실현하려 했던 점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신분상의 취약점, 자주외교, 개혁정치로 인해 기존 기득권 세력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 것도 비슷합니다.

폐가 크고 간이 작은 것을 특징으로 하는 태양인은 천시(天時)에 밝아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합니다. 남들이 관습에 젖어있을 때 과감히 구습에 탈피할 것을 주장하고 시대적 사명을 그 때 그 때 잘 제시해 줍니다.

중국에서 등소평이 과감하게 개혁개방을 시행한 점이나 현재 북한에서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시도하려고 하는 행위 역시 천시에 밝은 태양인의 속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며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을 때 우리의 주권을 빼앗은 나라도 미국이라며 반미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선각적인 혜안과 용기가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합니다. 실제로 광주 민주화 운동, 제주 4.3 사건 등에서 많은 사람이 쓰러져 갔는데 그 배후에 미국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이 명나라에 신하의 도리를 다하자고 했을 때 광해군이 명나라의 힘이 기우는 것을 파악해 청나라의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쳤던 것은 시대적 흐름을 그때그때 제대로 파악하는 태양인의 속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

태양인에게도 결점이 있습니다. 태양인에게 사리사욕이 발동했을 때 벌심(伐心)이 작동합니다. 벌심(伐心)에서의 벌(伐)이란 재벌 군벌 파벌에서의 벌인데 무리를 이루어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과물을 빨리 얻으려는 욕심이 작동해 남을 배척하며 남의 것을 무리하게 뺏을려고 합니다. 태양인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새로운 사람을 잘 만나서 이야기를 잘 하지만 그것을 조직화하는 데는 약합니다. 느긋하고 남을 배려하는 데서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는데 결과를 빨리 얻으려는 과욕과 조급함이 숨어있는 벌심(伐心)을 작동하게 함으로써 잔인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광해군 시기 파벌싸움이 아주 극심한 시기였는데 왕의 자리를 빨리 안정시켜야 된다는 급박함이 벌심을 작동하여 파벌을 이용하여 이복 동생을 살해하고 파벌 싸움은 더욱 심해지게 되어 반정으로 인해 물러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느긋함과 인자함을 바탕으로 파벌을 극복하고 건전한 정치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그는 역사에서 더욱 훌륭한 성군으로 남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