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難民)과 자연 섭리(攝理)
난민(難民)과 자연 섭리(攝理)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1 18: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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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시인/전 중등교장/칼럼니스트

[제주일보] “길조(吉鳥)라고 하지 않습니까? 들여와도 괜찮습니다.”

제주대학교 생물학 어느 교수가 방송에서 한 말이었다(1989). 아시아나항공은 제주 취항을 기념하여 전국에서 모아놓은 까치 40여 마리를 제주도에 실어다 풀어놓았다. 그 이후 어떤 어려움들을 겪어왔는가?

까치는 제주도 생태계를 파괴하는 표본적 주범이 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제주까치를 ‘생태교란 야생동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2007). 한국전력에서도 까치집 털어내기에 적잖은, 괜스런 예산 소모를 해왔다.

감귤뿐만 아니라 농작물 새싹들을 게걸스레 쪼아 먹어대고, 다른 조류의 알과 파충류까지 포식하면서 제주도 고유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길조(吉鳥)라고? 흉조(凶鳥)로서 인간의 삶에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까치가 아니다. 예멘에서 사람들이 왔다. 예멘에서 난민들(500여 명)이 제주도에 들어왔다.

멀고 먼 예멘에서 이 작은 섬으로 오려고 한 바탕은 무엇일까?

입국허가(비자) 없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무사증(無査證) 제도’ 때문이다. 제주도의 ‘무사증 지역’ 선정은 관광을 위하여 잠시 다녀가는 것을 용이하게 함이 그 목적이다.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되는 정치적·종교적 문제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무사증 지역’이니 들어와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거나, 목적에 맞게 완고(完固)한 운용을 하지 않으면 예멘뿐만 아니라 지구 전역의 난민들을 이 작은 섬이 업고 살아야 할 것이다. 지구촌의 난민은 지구촌 전체가 분산(分散)·분담(分擔)함이 하늘의 뜻, 섭리(攝理)이다.

이 분산·분담은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맡아야 할 일이다. ‘제주도는 반도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섬이니, 몹쓸 병에 걸린 사람도, 흉포(凶暴)한 죄인도, 지갑이 텅 빈 사람도 아무나 다 사증 없이 드나듦도 괜찮을 것이다’라는 ‘시금석’ 발상(發想)부터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며, 제주도에 대한 무서운 괄시(恝視)이다.

제주도는 역사적·지리적으로 반도 육지에 대한 안산(案山)역할을 해왔다. 시금석도 마구 쓰면 닳아 없어진다.

 

자연(自然)이란 ‘시간이 흘러 언젠가 집을 지키던 개(犬)마저도 불(灬)에 타 재가 되는 때(夕)가 되면 스스로(自) 새롭게 이어간다.’

새롭게 난 새싹이 땅의 주인이 된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攝理)이다.

세월이 흘러 언젠가 예멘의 후손들과 제주 원주민들 사이에 지금의 중동처럼 ‘조상 때부터 살아왔다’를 주장하며, ‘땅 싸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난민(難民)이 난민(亂民)으로 될 것이다. 반도 육지에서는 강 건너 등불 보듯 할 것이다. 캐나다 안에 맹지(盲地)로 들어앉은 퀘벡처럼, 제주도엔 중국인 마을들이 터를 넓히려 눈을 부라리고 있다. 언젠가는 이 섬은 혼혈지역(Melting Pot)이 될 것이다.

 

선자(先慈)께서도 제주 4·3 난민이었다(1948). 딸아이를 안고 조그만 돛배를 빌려 탔다. ‘제주를 떠나라!’라는 친정아버지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제주해협을 벗어나려 청산도·여사도 방향으로 목숨 걸고 배질했다. 바람이 불면 돛을 올리고, 바람이 자면 노를 저었다.

아흐레 낮밤을 배질하여,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 닿았다. 출타 중이었던 선친(先親)과 상봉하고, 둘째 아이를 가졌다. 그 애기가 올해 고희(古稀), 이 칼럼을 쓰고 있다.

선친자(先親慈)는 피난(避難)을 한 것이었다. 얼마 후 제주도로 귀향했다. 피난은 귀향을 전제(前提)로 한다.

 

‘착한 사마리안(Good Samaritan)’이 되고 싶다.

그도 아주 데려 살지는 않았다.

그게 섭리(攝理)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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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span 2018-07-01 23:45:02
인도주의, 인권, 나라의명예, 개인의 인류애감성 이런것은 참 좋은 이미지인것은 안다.
허나 내나라의 국민중 10~20% 이상이 직접 피해를 받고 힘들어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나 외국인근로자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이들과 직접 부비면서 경쟁해야하는 계층은 우리국민의 하위계층이다.
외국의 값싼 노동력은 기업주,고용주는 당장은 좋겠지만 사회밑층은 더욱 빈곤해지고
나라의 산업형태등 정말 구조적으로 개혁되어야할것들이 유지되면 안된다
청년 일자리도 생각해서 진짜 난민은 받아서 도와주다가 그나라가 안정되면 돌려보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