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일상으로 돌아가기’
선거와 ‘일상으로 돌아가기’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7.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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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선거가 끝나면 승자(勝者) 선거 캠프측의 전리품 나누기가 시작된다.

그동안 역대 민선 도지사들은 선거가 끝나면 선거 기여도에 따라 부지사와 시장 자리, 별정 공무원 자리, 공기업 사장 자리 등을 나눠주곤 했다.

이른 바 논공행상이다.

선거가 죽기 살기식 살벌한 집단 패싸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선거를 하는 이상 현실적으로 이런 인사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이상과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도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후(先後), 공사(公私)가 바뀌어 선거공신(功臣) 인사, 코드 인사가 앞서고 적재적소(適材適所)가 뒤로 밀리면 공조직이 아니라 패거리가 된다.

선거 후 선거공신임을 내세우고 도지사에게 한 자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원희룡후보 선거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동분서주했던 S씨.

선거가 끝난 며칠 후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장마가 지기전에 우선 (집에) 너무 무성하게 자란 풀부터 뽑아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란 게 선거전에 하던 일을 성실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처신이 참 신선해 보인다고 했더니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선거가 끝나면 해단식을 하고 미련없이 뿔뿔이 헤어져서 각자의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승자의 일원으로서 논공행상을 바라고 지위와 특권의 과실과 떡고물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 선거에서 선거캠프들은 유례없이 매머드 급이었다. 소수정예보다는 인해전술, 이른 바 선거참모와 책사(策士)들의 전성시대였다. 후보들 주변에는 이런저런 인재들이 화려한 진용을 이루어 눈이 다 부실 지경이었다.

교수, 법조인, 관료, 언론인, 경제계, 문화예술인 출신을 비롯해 재기를 노리는 정치 낭인에다 프로 정치인 뺨치는 선거꾼까지 가담해 선거캠프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후보자의 우산 아래 구름 같이 몰린 것이다.

선거캠프에는 감투도 참 많았다.

선대위원장, 본부장, 특보, 고문단장, 자문단장, 공보단장, 대변인, 상황실장, 기획실장, 무슨 무슨 00실장, 00위원 등등.

대변인 자리를 3~4 명이 공동으로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는 일이 특별히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자리를 다 꿰어찼다.

이 뿐인가. 지역에도 각 지역 책임자를 비롯해 구성이 비슷했다.

선거 후 논공행상을 생각하는지 조금이라도 더 후보자에게 잘 보이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그 과정에서 캠프 내부의 권력 암투가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선거 후 이 사람들을 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선거 캠프의 희비(喜悲)극을 잘 아는 도민들은 걱정이 크다.

선거캠프 사람들 사이에서 부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람이 신선해 보이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가 망한 것은 선거캠프 사람들 때문이었다.

취임 초 임명한 공공기관장 74명 중 31명이 선거에 기여했단 이유로 전문성 없이 임명된 '선거 마피아(선피아)'란 지적이 제기됐었다.

선피아란 해당 공공기관 관련 이력이나 전문성이 없는데도 선거에 기여했거나 연고 등을 통해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를 뜻한다.

결국 이 선피아가 정권을 말아먹고 말았다.

이런 전철을 제주도 만큼은 밟지 말아야 한다. 원 지사는 그동안 일관되게 협치(協治)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협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기본이 인사의 탕평(蕩平)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 캠프 사람들 사이에서 부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바람이 확산돼 선피아 논란이 사라지고 탕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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