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도를 두 번이나 왔는가?"
"왜 인도를 두 번이나 왔는가?"
  • 제주일보
  • 승인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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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45)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4>-함피 유적지④
퉁가바드라강 인근에 있는 ‘비탈라 사원’으로 향하는 큰 길. 양 떼를 몰고 가는 현지 주민 너머로 비탈라 사원이 보인다. 길 옆으로 사각으로 긴 돌기둥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옛 시장터인 ‘바자르’라고 한다.

[제주일보] 북인도를 여행할 때 일입니다.

한 인도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이 두 번째 인도여행이다”라고 말했더니 그가 대뜸 물었습니다. 

“왜 인도를 두 번이나 왔는가? 무엇이 선생에게 인도를 찾게 하는가?”

마치 성인이 던지는 화두 같은 물음.

뭐가 좋아서 두 번씩이나 왔느냐는 질문으로 여기고 “그냥 좋아서”라고 답했습니다.

그 인도사람은 다시 “혹시 인도가 지닌 다양성의 마력(魔力) 때문이냐”는 뜻 모를 말을 했습니다. 그 때는 웃으면서 “그런 깊은 뜻은 모르겠고, 그냥 인도가 좋은 것 같다”고 말을 흘렸죠.

그런데 귀국하고 나서도 그의 말이 뇌리에 계속 남았습니다. ‘인도가 지닌 다양성’이란 무엇일까? 인도로 발길을 향하게 하는 흡인력은 무엇인가? 이번 남인도 여행에서 다시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도 여행기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우리는 인도로 갔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왜 사람들은 인도의 다양성을 재삼재사 실감하며, 인도의 다양성이 지닌 흡인력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상들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이곳 저곳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세계가 좁다고 설쳐대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인도는 사진만으로 남아 있는 여느 나라들과는 달리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 안달을 하고, 인도 근처라면 다시는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겠다던 사람들 중의 많은 이들이 또다시 인도에 들어가고자 앞뒤 재는 것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이들을 인도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무엇인가? 과연 인도는 지상의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유의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제가 인도를 찾은 것도 ‘혹시 인도가 지닌 특유의 흡인력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나저나 일행과 떨어진 시간이 제법 됐습니다. 비탈라 사원을 지나 큰길을 따라가면 종점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부지런히 일행을 찾아 나섰습니다.

왕족들이 사용했다는 거대한 노천목욕탕

그런데 길을 나서다 보니 사원 근처에 사각으로 된 긴 돌기둥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옛 시장을 상징하는 표시라는군요. 사원 앞 큰 길도 바자르(옛 시장터)인 듯합니다. 양쪽으로 크고 작은 건물과 목욕탕도 만들어져 있는 큰 유적지입니다.

바삐 걷는다고는 하는데 몸이 지쳤던지 걸음이 늦네요. 마침 차량 한 대가 관광객을 태우고 있어 손을 들었더니 세워주는군요. 아침 한나절을 쉴 틈 없이 걸어 다리가 뻐근합니다.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다니라”던 집사람의 말이 떠오르네요.

뿌연 먼지를 풀풀대며 차량이 달리는데 반대쪽을 달리던 오토바이 한 대가 힐끗 뒤돌아보더니 방향을 돌려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가만히 지켜봤더니 우리 일행의 가이드입니다.

저를 찾아 나섰던 모양인지 만나자 마자 “그렇게 혼자 다니면 어떻게 인솔을 합니까?”하고 성을 냅니다. 일행을 기다리게 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처음 이곳 유적지를 둘러볼 때 향했던 방향으로 일정을 진행할 줄 알고 앞서 갔다가 이리 됐다고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아 봅니다.

“앞으로 갈 곳이 많은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며 가이드는 여전히 짜증을 내는군요. 예정된 시간보다 크게 늦은 것도 아닌데 그는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툴툴거리네요. 그래도 저는 오늘 본 궁궐터와 사원들 모습을 떠올리자 한없이 즐겁기만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옛 궁전터와 왕들이 연회를 즐겼다는 공연장, 돌로 만든 수로, 왕비의 목욕탕, 박물관 등을 찾았습니다.

옛 왕들이 연회를 열고 공연을 관람했다는 장소다. 이곳 앞에는 넓은 공연장이 있다.

바쟈야나가르 왕조 때 만들어졌다는 공연장은 그 넓이가 대단합니다. 또 공연장 옆에는 우물과 우물을 연결한 돌로 만든 수로가 지나는데 그 모습이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넓은 공연장에는 2층 높이의 관람석이 있고 건너편에는 대형 우물과 목욕탕이 보입니다. 이런 목욕탕은 사원이나 궁궐터가 있는 곳에는 꼭 하나씩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옛날 바쟈야나가르 왕조의 영화를 느낄 수 있네요.

공연장과 이웃한 장소에는 왕비 목욕탕과 사원, 코끼리 사육장, 박물관 등이 모여 있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돌아다녔던지 무척 피곤합니다. 그래도 해질 무렵 한 사원 뒤에 있는 바위산을 향했습니다. 일몰을 보고 싶어 힘이 들어도 올랐는데 날씨가 도움을 주지 않네요. ‘괜히 올라왔나, 차라리 이 시간에 좀 쉬었으면 피로가 풀렸을텐데…’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언제 이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눈과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덕분에 파김치가 됐네요.

그럴 만한 나이도 됐으니 알아서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히 했으면 좋으련만 의욕만 앞세워 덤벼들다가 가끔씩 이런 곤욕을 치르고는 합니다.

목욕탕으로 물을 보내기 위해 돌로 만든 수로

이틀 동안 둘러본 함피는 한 마디로 사원이 많은 지역입니다.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옛 사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런 곳은 릭샤(인력거)를 타고 느긋하게 다니면서 사직을 찍어야지 일행과 함께 하다보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내일은 미처 둘러보지 못한 몇 개의 사원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벽에는 낮에 저 혼자 올랐던 마탕가 힐에서 일출을 본다고 합니다.

밤이 되자 모처럼 일행 중 몇몇이 모여 소주를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드물어 불편하네요. 우리나라처럼 동네 슈퍼에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술을 파는 전용상점이 따로 있는데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거기다 어떤 지역은 호텔에서조차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종교적 이유 때문인지 인도사람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도 않는다네요. 그러고 보니 인도 여행 중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을 본 기억이 없네요. 왜 인도사람은 술을 싫어할까? 실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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