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검은쇠와 박세필
제주 검은쇠와 박세필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6.02.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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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흑우(黑牛)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들 가운데도 흑우고기를 찾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흑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결실을 맺으면서 산업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흑우는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으로 인정돼 2012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지역재래가축으로 등록됐다. 이듬해에는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슬로우푸드 국제대회에서 ‘맛의 방주’에 등재돼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종자와 음식으로서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사실 제주흑우는 고려시대부터 이미 명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조선 세종실록에는 고려시대부터 임금의 생일과 정월 초하루, 동지 등 이른바 ‘삼명일’에는 제주흑우가 진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누렁쇠’보다 ‘제주 검은쇠’의 고기 맛이 한 수 위라는 얘기가 된다.

역사적인 전통을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제주도가 중심이 돼 제주흑우의 명품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박세필 제주대 교수의 행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물론 정부와 제주도의 지원이 박 교수의 연구 활동에 큰 힘이 된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제주흑우연구센터이다. 제주대에 설치된 이 연구센터를 박 교수가 맡아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치열한 경합을 뚫고 농림축산식품연구센터 지원사업(ARC)으로 선정돼 문을 연 연구센터는 앞으로 10년 동안 ‘제주흑우 대량증식 및 산업화’를 실질적으로 견인할 무거운 역할을 맡고 있다.

제주흑우의 증식과 첨단 바이오기술(BT)을 적용한 고품질 생산기술 개발, 육종 및 사양기술 개발, 제품 브랜드 개발 및 산업화 등이 연구센터가 앞으로 주력해야할 사업이다. 무엇보다 대량 증식 기술을 개발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만드는 초석을 놓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화 단계로 본격 진입하기 위한 영양·사양 기술 개발, 고품질 육질 생산기술 개발, 이력제 시행, 가공 제품 개발 및 글로벌 유통기반 구축 등도 연구센터가 집중하는 영역이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 산업체 지원 등 최대 206억원이 10년간 투입된다. 앞으로 10년 동안 제주흑우가 미래 제주를 먹여 살릴 먹거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박 교수를 중심으로 제주대 연구센터가 중요한 국책사업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축적한 많은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와 ㈜미래생명공학연구소 연구팀은 2009년 3월과 9월에 제주흑우 씨수소 복제에 성공한데 이어 2011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복제수정란 초급속 냉·해동기술을 개발, 기존의 체세포 핵 이식 방법과 접목해 제주흑우 씨암소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는 등 많은 연구업적을 내고 있다.

지난 1일에도 관심이 가는 행사가 열렸다. 흑우 생산농가와 산업계, 학계, 연구자. 소비자들이 참여한 제주흑우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제주흑우의 유전자원 보호와 흑우의 산업화를 위해 창립했다고 하니 순수 민간차원의 흑우연구 도우미인 셈이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통적인 축산강국들과 FTA가 체결돼 수입 쇠고기가 지천에 깔리고 있다. 매장마다 한우보다 수입육이 넘친다.

제주흑우가 이들 수입쇠고기의 파상공세를 막을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제주흑우가 제주라는 지역적 범위를 벗어나 대한민국 대표 쇠고기로 든든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 까닭이다.

박세필 교수와 제주대 흑우연구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혹여 왜곡된 경쟁심으로 이들의 행보에 어깃장을 놓는 우(愚)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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