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한 벌에 담긴 희망
교복 한 벌에 담긴 희망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8.06.2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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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어린 시절, 중학생이 되던 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던 교복집의 풍경이 잊혀 지지 않는다.

당시 한 벌에 30만원이 넘던 유명 브랜드의 교복들은 살림이 넉넉지 않던 기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비싼 가격의 교복들은 마치 훈장이라도 되는 냥 어려웠던 시절을 보내던 우리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까 값싼 교복, 남이 입던 교복을 물려받으면서도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도내 지자체와 자선단체 등에서는 교복 구입이 어려운 가정에 선배학생들이 졸업하면서 기부한 교복들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복 한 벌과 체육복, 하복까지 구입하려면 30만원이 훌쩍 넘어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에게는 큰 보탬이 된다.

그러나 새 교복을 사주지 못한 부모와 아이들의 가슴 속 시린 마음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저도 새 교복을 입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더 마음 아파하실까봐 말하지 못했어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도내 모 고등학교의 학생이 한 말이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복비 문제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다자녀가정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가구당 36만원, 총 17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해 4287명의 아이들에게 새 교복을 선물했다.

새 교복을 받게 된 아이나 자녀에게 깨끗한 새 교복을 사줄 수 있게 된 부모 모두 마음속 짐 하나를 덜게 됐다.

“새 교복 하나 사주지 못하는데도 늘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던 딸이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반응도 너무나 좋았다.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학교생활에 집중해 나가는 모습을 본 도내 교사들도 이번 지원정책에 대해 모두 합격점을 줬다.

이제야 비로소 학교가 학교다워짐을 느낀다. 10여 년 전 고등학생이 되던 날의 기억을 되돌아 봤을 때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작은 교복 한 벌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희망이고 미래가 될 것이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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