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얼굴
남자의 얼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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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제주일보] 자신을 ‘괜찮은 남자’라고 자부하는 남자치고 괜찮아 본 예가 없다.

이것이 나의 지론이다.

물론 괜찮다고 하는 의미는 돈, 능력, 성격 등의 내용을 포함해서 하는 얘기겠지만, 역시 쉽게 납득이 안갔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큰 소리를 치는 남자도 보이질 않는다. 그 점이 아쉽다.

프랑스의 혁명가 밀라보는 얼굴이 심하게 얽었다고 한다. 그의 위상과 명성을 전해들은 어느 귀부인이 그를 존경하여 사모하게 되었다.

그런 나머지 그의 초상화를 받기를 원했다. 사람을 보냈다.

밀라보는 “호랑이를 보시오. 호랑에게 마마자국이 있다고 생각하면 나의 얼굴이 된다”라고 전하라고 했다.

나의 경우는 이 정도가 되어야 괜찮은 남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밀라보를 알기 전에 종종 “괜찮은 남자란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이랬다.

“석가를 보라. 공자를 보라. 이순신을 보라.” 옛 부터 성인 위인이라는 소릴 듣는 남자는 모두 괜찮은 남자다. 그들은 괜찮은 남자로 태어난 게 아니라, 괜찮은 남자로 되어갔다.

“남자는 얼굴이 아니야. 여유와 관용이지. 하하하”

남자의 멋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시대가 변해서 일까.

어째서 요즘 남자는 여자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일만 생각하는 것일까.

TV속에서도 주위에서도 남자들의 미용에 관한 관심이 대단하다.

눈은 크게 하고 콧날은 서고, 가슴은 두툼하게 만들고 피부는 하얗게 관리하고.

심지어는 살 뺀다고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는다.

젊은 남자들은 부모는 안 모셔도 강아지들은 돌보고 정성을 기울인다.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상으로서 보여지고 있는 얘기다.

게다가 중년남자들도 한 몫을 한다. 숨기고, 감추고, 속이고.

진정 숨겨야 할 것은 머리 좀 벗겨졌다고 배 좀 나왔다고 걱정 근심하는 소심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굴, 피부미용에 신경 쓰는 남자가 젊은들 뿐만이 아니다.

나이든 아저씨까지 화장품은 물론 피부 관리를 하고 보정 속옷을 입는 사람도 있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이렇게 숨기고 가리는데 개성 있는 남자의 얼굴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생각하는 게 모두 같으니까 같은 얼굴일 수밖에 없다.

남자의 얼굴을 관심을 갖고 볼 일이 이젠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내게는 향수가 아직도 남아있다. 밀라보처럼, 자신만만하고 투박한 남자에 대한.

격정, 승리, 권세, 패북, 좌절, 타협, 슬픔, 야심, 정열. 그 흔적이 그 인생의 역사가 되어 만들어 낸 얼굴.

남자의 얼굴은 그런 얼굴이 아름다운 게 아닌가. 밀라보의 얼굴도 그와 같았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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