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이나 개방 이전에…
남북통일이나 개방 이전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26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윤호.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제주일보] 최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다. 회담 결과에 대해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만남 자체가 놀랍고 반가운 것만은 사실이다.

그에 따라 종전선언을 너머 남북통일에 대한 여러가지 전망도 나온다. 거기엔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와 우려, 준비가 필요하단 의견이 많다.

먼저 경제 부분이다. 흔히들 ‘통일 이전에라도 남북개방이 되면 북한에서 넘어올 노동자가 50만명이다, 100만명이 더 된다, 그들이 다 넘어오면 한국경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염려들이 많다. 그러나 그건 지나친 염려고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생각된다. 남북개방은 준비 없이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남한의 경제규모는 북한의 45배,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 총액은 남한이 북한의 138.1배다.

이 차이는 우간다 등 최빈국들과 현재 한국과의 차이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개방되어 혼합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경제면에서 북한이 남한의 60% 정도까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면개방이 아니라 서로의 체제를 유지한 채 교류를 통해 북한의 경제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단계적 개방으로 한국과 외국 등이 북한에 투자를 하고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건설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때 가장 필요한 인프라가 새터민(탈북민)들이다. 한국의 체제와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다 경험한 이들이 가장 먼저 고향에 돌아갈 것이고 북한의 새로운 경제개발을 주도하게 될 것이란 얘기였다.

의료 부분 역시 단계적, 점진적 개방이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북한 귀순병사의 기생충을 발견한 이국종 교수는 본인으로선 처음 보는 큰 기생충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물론 회충으로 밝혀졌고 이는 박멸이 가능한 쉬운 병에 속한다. 그러나 처음 봤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나 병균이 북한에 잔존해 있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하다고 의심되는 게 결핵이다. 한국의 상황부터가 문제다. ‘후진국병’이라 불렸고 거의 박멸됐다고 알려졌던 결핵이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이 OECD 평균의 8배로 OECD 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잠복결핵 양성감염자이다. 그래서 우리도 결핵에 대해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래서 예의주시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증가세에 있다. 거기엔 늘어나는 새터민과 외국인 결핵환자의 입국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물며 한국도 이런 상황인데 의료 사각지대인 북한은 결핵환자에 대한 보고나 관리가 전무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거기에다 북한은 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요새는 약이 좋아 결핵도 6개월 이상 쭉 복용하면 완치될 수 있는 병인데 결핵균의 특성상 첫 치료에 실패하면 항생제에 대한 대항균이 생겨 그 전의 약으론 치료가 어렵다 한다. 거기다 새로운 대항균, 변종이면 약이 없다는 것이다. 즉 치료 불능인 것이다. 약이 개발될 때까지.

그런데 남북이 한참 교류할 때 북한이 가장 원했던 것 중의 하나가 결핵치료제였고 그 때 북한에 보급된 적이 있다 한다. 문제는 관리였는데 남북관계의 특성상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었다. 오랜 후에 이런저런 경로로 그 결과를 듣고 의료진들은 개탄을 했다고 한다.

6개월 이상 장기 복용이 필수고 치료를 시작하면 반드시 완치까지 가야 효과가 있는데 북한에선 2주나 한 달(그 정도면 외형적 증세는 모두 없어진다 한다) 정도 치료하고 괜찮아지니까 남은 약을 서로 팔거나 다른 환자에게 나눠줬다는 것이다. 즉 완치는 없고 대항균만 수만종을 키운 셈인데 그 대항균 중 새로운 변종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전면개방 전에 의료관리가 먼저인 이유다.

남북통일이나 전면개방 전에 새로운 숙제가 많다. 이제 이것들을 의논하고 준비할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 남북한의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