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기회
세 번의 기회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6.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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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지난 25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김모씨(57)가 뇌출혈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김씨를 살릴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첫 번째 기회는 지난 24일 밤 주취자 신고를 받고 지구대로 김씨를 데려왔을 때다.

김씨는 당시 경찰에 ‘술을 많이 마셔 자고 싶다’, ‘걸을 힘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벌금 미납으로 수배된 김씨를 유치장에 입감해야 하기 때문에 김씨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걸을 힘이 없다는 김씨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김씨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면,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기회는 경찰서 유치장 입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체검사 때다.

경찰은 만취한 김씨와 대화가 통하지 않자 눈으로 외상 여부를 확인하고 김씨를 유치장에 넣었다. 

김씨는 지구대에서와는 달리 신체검사 때 말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언어 구사력이 떨어지는 것도 뇌출혈의 징후 중 하나지만,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경찰관이 이를 눈치채기란 어려웠다.

세 번째 기회는 유치관리인이 김씨의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다.

경찰서 유치장에는 응급환자 조치를 위해 제세동기와 응급치료 장비 등이 구비돼 있다.

하지만 김씨의 이상 징후를 처음으로 발견한 유치관리인은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세동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사고에서 김씨를 주취자로 파악하고, 벌금 수배자를 유치장에 입감한 경찰의 잘못이 대단히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사고는 불시에 일어나지만, 그 이전에 크고 작은 징후를 보일 때가 있다. 김씨를 살릴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놓친 경찰의 판단이 아쉽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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