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자연 간직한 마을…드넓은 해안선 ‘장관’
역사·문화·자연 간직한 마을…드넓은 해안선 ‘장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2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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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20코스(김녕-하도올레)/김녕서포구~해녀불턱 2.4㎞
바다 속으로 길게 뻗친 빌레

[제주일보]  # 통합해서 잘 나가는 김녕리

김녕리는 고양이가 웅크린 듯한 묘산봉과 삿갓 모양의 입산봉 기슭에서부터 해변 사이에 위치한 동성동, 신산동, 청수동, 봉지동, 용두동, 한수동, 대충동, 남흘동의 여덟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졌다.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동김녕리와 서김녕리로 나눠지면서 경쟁심리와 이권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왔는데, 1999년에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의 찬성으로 2000년에 하나로 합쳐 지금은 잘 사는 마을로 가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은 오래된 역사와 문화, 자연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김녕굴은 ‘서련(徐憐) 판관과 김녕사굴’ 전설을 낳았고, 만장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의 주축을 이룬다. 그리고 바닷가에는 정자와 나란히 ‘김녕 옛 등대’가 서 있는데, 이는 도대불의 하나로 1915년에 세운 것이 허물어져 1964년에 다시 복원한 것이다.

#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수월봉 지질트레일과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에 이어 제주에서 세 번째로 2014년에 개발된 이 트레일은 해안가 샘물인 ‘청굴물’을 비롯해 ‘게웃샘굴’, ‘궤네기굴’, ‘진빌레길’, ‘월정 무주포 해안’, ‘투뮬러스 구조’, ‘성세기 해안’ 등을 거치는 코스로 길이가 14.6㎞라 설명을 들으며 걷는 데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 코스는 세계지질공원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장굴과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이 속하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용암지형이 잘 발달된 곳이지만 오름과 빌레, 모래 등으로 농경지가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반농반어’ 생활을 해온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도 돌아보는 코스다.

성세기 테역길 일부.

# 김녕해수욕장

빌레가 바다 속으로 뻗친 드넓은 해안선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해수욕장이 이어지는데, 그 어름에 ‘해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거기에는 해녀의 명칭과 기록을 찾아 적었고, 특징을 열거했다.…가냘픈 여인들인데도 거친 파도를 무대로 무자맥질하면서 해초류, 패류 등을 캐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색적 직종으로 깊은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2분 남짓 견딜 수 있다.

한 달 평균 15일 이상 물질할 수 있으며, 분만하기 직전․후라도 무자맥질을 한다.

또 행동반경이 동북아시아 일대로 뻗쳐 한반도 연안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진출했었다고 썼다.

해수욕장은 수심 20m 이내의 완만한 해저 지형이 해안선에서 약 2㎞까지 넓게 펼쳐져 있어 조개류가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이라고 한다. 가운데 조그만 암반이 있어 그 위로 올라가는 길이 조성되고 돌무더기가 많아 보여, 그걸 보러 가는 사람들을 따라 갔더니, 역시 그곳까지도 돌탑이다.

그런 걸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돌탑에 대한 애정이 유난스럽다. 오는 길에 본 포클레인 자국은 바람에 날리지 않게 모래를 다져 놓은 흔적이었다. 옛날에는 무방비라 이곳에서 날린 모래가 밭은 물론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위까지도 날려가 쌓여서, 동굴 속 아름다운 생성물을 이루는데 한 원인이 되었다.

# 성세기 테역길

모래밭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성세기 테역길’은 바닷가 빌레 위에 쌓인 모래와 흙을 의지해 자란 잔디나 띠 같은 잡초로 이루어진 길이다. 순비기나무와 사철나무를 의지해 작은 나무도 자라고, 그 틈새에 잡초도 자란다. 나무 위로 칡과 머루덩굴이 무성하게 덮인 곳도 있다. 주변의 꽃들은 다 졌는데도 빌레에서 잘 자라는 돌가시나무는 아직도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척박한 땅에다 소금기까지 날아드는 이곳에서 용케 견디며 사는 질긴 식물들을 살펴보니, 왕모시풀, 갯완두, 갯기름나물, 갯까치수영, 도깨비고비 같은 것들이고, 갯무꽃은 벌써 이삭이 여물었다. 안으로 발을 옮기니, 개머루, 엉겅퀴, 사철쑥, 인동덩굴 등이 보이고, 육지 쪽으로 더 올라가면서는 참나리들이 꽃봉오리를 키우며 겨드랑이에 주아(珠芽)를 쪼르르 달고 있다.

테역길이 굽이굽이 끝나는 곳에서 그 동안 가려 잘 보이지 않던 김녕 마을의 전모가 드러난다. 묘산봉과 입산봉 아래로 해안선까지 펼쳐진 촌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코지 북쪽 끝에 독특한 미술품이 세워져 있고, 방공호 같기도 하고 쉼터 같기도 한 시설물이 주의를 끈다. 그곳에서 빌레코지 끝까지는 해녀들의 물질길이 펼쳐졌다.

# 두럭산은 어디 있는가

작년에 해양문화를 연구하며 동화도 쓰는 장영주 작가와 함께 이곳 덩개해안에 온 적이 있다. 음력 3월 보름께로 기억되는데, ‘두럭산’을 찍으러 왔던 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설 속의 산으로만 알고 있던 ‘두럭산’이 있다고 해서 나선 참이었다. 바다 가운데 물결이 이는 곳에 얼마 없어 간조(干潮)가 되면 기적처럼 산 끝이 보인다 하길래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얼마 후 너무 작아 실망스럽지만 하얀 물결이 이는 두럭산을 맞을 수 있었다.

제주 전설에 ‘제주의 오대산’이 있는데, 섬 중앙에 한라산(漢拏山), 성산에 청산(靑山, ‘성산’을 말함), 성읍에 영주산(瀛洲山), 화순리에 산방산(山房山), 김녕리에 두럭산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작지만 두럭산은 한라산과 대(對)가 되는데, 전설의 한라산이 영산이다 보니 운이 돌아오면 장군이 태어난다고 한다.

장군이 나면 이곳 두럭산에선 그 장군이 탈 용마(龍馬)가 함께 나온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바위 가까이선 언동을 조심해야 하는데, 해녀들이라도 이곳에서 큰소리를 치면 갑자기 풍랑이 일어나게 해서 곤경에 빠뜨린다. 다른 전설엔 설문대할망이 한 발은 성산, 또 한 발은 한라산을 딛고 이곳을 빨래판 삼아 빨래를 했다고도 전한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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