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한자(漢字)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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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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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시인/전 중등교장/칼럼니스트

[제주일보] △ “스승님, 어떻게 하면 평온(平穩)을 얻습니까?”

부처님의 제자가 물었다.

“방하착(放下着)해라. 다 내려놓아라.”

“제 생각에는 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부처님이 다시 대답하셨다.

“내려놓았다는 그 생각마저 내려놓아라.”

부처님은 덧붙여 말씀을 계속하신다.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갔으니 얻을(得) 수 없고, 지금은 많은 욕심에 무엇부터 취해야 할지 허둥대고, 앞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못 잡는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얻을 수 없다. 즉, 삼불득(三不得)이다.

운 좋게 골라뽑아 취(取)했다 하더라도 어차피 내려놓아야 할 것을, 왜 붙잡으려 바등대느냐?

사람들(彳)은 다리에 힘이 다 떨어져 자축거리면서도(亍) 돌아다닌다(行). 아무리 고무래(丁)들고 외쳐도 하늘(日)이 주어야 얻는다(得).

 

△ 제자가 출마한다며 인사 왔었다.

“사람(人)으로 태어나, 자라나(大) 살면서, 반드시 거쳐봐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네. 무엇과 무엇인지 알겠나? 그 첫째가 반드시 취(娶)를 해야 하는 것이네. ‘장가갈 취(娶)’일세. ‘귀(耳)+귀(耳)’는 ‘골라뽑을 취(取)’로 쓰이네. 그런데, 아무리 골라뽑으려 해도 여자가 시집오려 않으면 별 수 있나? 어떻게 하면 여자가 시집오려 하겠나? 두 귀(耳耳⇒取)를 코끼리 귀처럼 벌려서 여자의 말을 열심히 잘 들어주어 보게나. 즉, 취(娶)의 글자처럼 경청하면 장가 갈 수 있네(娶). 부인(婦)을 맞아야, 드디어 어른(人→大→夫)이 되는 것일세. 취(娶) 후에도 여전히, 아내(女)의 말에 경청(耳耳)해야 하네.”

“선생님, 두 번째 일은 어떤 것입니까?” 제자가 물어왔다.

“사람(人)이 커났으면(大), 하늘(天/人→大→天)의 뜻이 어떤가를 들어봐야(耳耳) 하네. 즉, 자네처럼, 선거에 출마를 해봐야 한다는 말일세.”

그는 용기를 얻고 돌아갔다. ‘사(事)’는 ‘섬기다’ ; ‘섬길 줄 앎(知)’을 일깨워 받고 갔다.

앞으로 도민(道民)들에게 두 귀(耳耳) 크게 열어들을 것이다. 그럼으로 더욱 얻어(得) 갈 것이다.

 

△ 춘추전국 시대, 중국인들은 도망다니며 살았었다.

도망갈 때에는 귀중한 것들을 땅(土)속에 묻어두고 떠났다.

그릇(凵)속에 씨앗을 담아 땅속에 묻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묻어둔 것을 파내어, 삶을 잇기 위해서였다.

그릇(凵)이 ‘厶’ 로 바뀌어 ‘거(去)’가 되었다. ‘거(去)’의 새김들은 ‘가다, 버리다, 내쫒다.’

칠거지악(七去之惡)은 ‘예전에, 아내를 내쫓을(去)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이다.

시부모에게 불손함, 자식이 없음, 행실이 음탕함, 투기함, 몹쓸 병을 지님, 말이 지나치게 많음, 도둑질을 함’이다.

칠거지악의 아내일지라도 내쫓지(去) 못하는 세 가지 경우(三不去)가 있다. 부모의 삼년상을 같이 치렀거나, 장가들 때 가난했는데 나중에 여유가 생겼거나, 아내가 돌아가도 의지할 데가 없는 경우이다.

 

물(氵)을 ‘거(去)’에 붙여 쓰면 ‘법(法)’이 된다.

물도 낳음을 받고, 커나고, 늙어가며 흐른다. 산기슭 어디에서 발원(發源)되어, ‘어찌, 왜, 무슨, 어떤, 어디, 어디에서, 무엇,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를 재잘댄다(奚). 벗(氵) 만나면, 시내(溪)되어 흘러간다.

물(氵)끼리 서로 만나지으면(工) 강(江)을 이루나, 사람들의 말(言)끼리 만나면 옥신각신 어지럽게 집안싸움(訌)이 되어, 결국 ‘콩가루’로 흩날린다. 정당(政黨)도 그렇다.

 

시간 닿는 그때까지

물처럼 살게 하소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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