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날에 생각하는 ‘忘戰必危’
6·25 날에 생각하는 ‘忘戰必危’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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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6·25전쟁은 1953년 휴전 뒤 세계인들에게 ‘잊어진 전쟁’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불쾌한 전쟁’의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마치 버려진 고아처럼 역사에서 소외됐다.

6·25에 관한 역작 ‘콜디스트 윈터’(Col

dist Winter: Am erica and Korean war)를 쓴 데이비드 헬버스탬의 표현이다.

베트남전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는 뛰어난 조사력과 저널리즘 기술을 바탕으로, 역사의 또 다른 어두운 구석이었던 한국전쟁을 새롭게 조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확고한 명분 아래 참전했던 전쟁도 아니었고, 1960년대 베트남 전쟁처럼 미국 사회를 분열시킨 전쟁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승리도, 패배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로 봉합된 전쟁. 중국 개입으로 교착 상태가 길어지자 미군들조차 ‘비기기 위한 죽음(die for tie)’이라고 냉소적이었던 전쟁. 베트남 전쟁과 달리 6·25전쟁은 오래된 신문의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미국인들에게 잊혀졌다.

▲그러나 우리는 잊을 수가 없었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너무 깊었고, 1960~1970년대 초반엔 북한의 국력이 더 강해 적화통일 공포에 휩싸였다.

반공(反共)은 국시(國是)가 됐다.

‘무찌르자 오랑캐’는 아이들이 부르는 일상의 노래였다. 6·25만 되면 승공 글짓기·반공 웅변대회가 열렸다. 전사자들도 많았지만 살아남은 도민들의 생활은 곤궁했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만은 뜨거웠다.

1970년대 들어 감귤이 제주경제를 이끌고, 일주도로와 5·16도로가 개통되면서 제주도는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로 향한 발전을 개시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자 상황은 뒤바뀌었다. 외국에서는 6·25전쟁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해진 대신 정작 한국에서는 ‘잊어진 전쟁’이 되어갔다. 미 의회는 2012년과 2013년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해 기념하기도 했다. 영국 등 참전 16국에서는 뒤늦게 참전기념비가 세워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6·25는 갈수록 잊혀졌다.

▲지금 6·25 전중(戰中) 세대는 70~80이다. 50~60세대는 그래도 부모형제가 겪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6·25를 듣거나 배웠다. 현충일에 태극기를 다는 것을 어린이들의 당연한 숙제로 여겼다. 그러나 그 이후 세대들은 다르다. 학원 가는 어린이는 많아도 태극기 달겠다는 어린이는 드물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이날을 기념하고 태극기를 다는 일보다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기를 희망한다.

지난 6일 현충일. 필자가 사는 제주시 삼도1동 주택가에는 태극기를 단 집이 10집에 한 곳도 되지 않았다.

과거 이 동네는 퇴직 공직자가 많아서 그런지 현충일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았다.

태극기를 달지 않은 집이 손을 꼽을 정도였다.

이제 그 동네의 모습은 사라졌다.

▲6·25가 나던 그해, 제주도에서는 17~18세 어린 학생들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전장에 나갔다. 제주 학도병들의 이야기가 전설이 되고 난 후, 보수는 이기(利己)를 파고, 진보는 아집(我執)에 묻혀버렸다. 어느새 ‘애국(愛國)’과 ‘조국(祖國)’, ‘애사(愛社)와 ‘헌신(獻身)’은 고리타분한 개념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남과 북이 종전협정을 준비하는 마당에 태극기를 들고 무슨 6·25를 추념하느냐고 한다. 공공연히 “올드보이는 가라”고 한다.

‘애국’ ‘조국’의 흘러간 옛노래를 그만 부르라며 등을 밀어내치는 현실이다.

하지만 옛노래도 우리의 역사이다.

역사를 잊는 나라에 어찌 미래가 있을 건가.

우리가 오늘 6·25를 상기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잊어선 안되는 이유다.

국력이 약하고 국론이 분열되면 침략을 자초하는 것은 세계만방 역사의 상식이다.

오늘 6·25를 추념하는 뜻은 망전필위(忘戰必危), 전쟁을 잊게 되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경구(警句)를 되새기고자 함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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