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명예기자의 보람과 꿈
청소년 명예기자의 보람과 꿈
  • 제주일보
  • 승인 2018.06.20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영준 서울시교육청 초대공보관·수필가·시인·논설위원

[제주일보] 공직 재임기간에 20년을 서울교육의 관리행정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 기간에 많은 세월, ​홍보 업무을 맡았다.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중반까지 기간이다. 30년전 서울특별시교육위원회 ​‘언론기관 전화번호’를 찾아봤다. 그 때에는 일간지 9곳, 통신 1곳, 방송사 3곳, 소년지 3곳, 그리고 ​교육전문지 4개사다. 20개사에서 기자 20명이 출입했다.

언론사마다 좀 다르지만 교육청 담당기자는 3개월에서 1년 정도 출입한다. 교체되는 출입기자 명단을 ​자주 수정한다. 소년지 기자는 취재영역이 ‘초등교육’ 분야여서 오래도록 출입했다.

​그러다 보니 공직자와 소년지 기자 사이에는 남다른 ‘정분’이 쌓여간다. 소년지 기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장학지도를 관장하는 초등교육과가 주요 취재원이다. 그들은 일선 교육현장을 자주 돌아보게 되니​ 많은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소년지(소년동아, 소년조선, 소년한국)에서 보도한 머리(톱)기사가 ​교육 정책에 반영되며, 일간지에서도 ‘긴장’할 정도로 큰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다.

소년 일간 신문사마다 ‘명예기자’를 운영했다. 초등·중학교의 교장 추천을 받은 명예기자단에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되었다.

신문에 학교 명칭과 명예기자의 사진이 소개됐으니 학교의 명예로 여겼다.

소년 신문사에서는 명예기자들을 위해 본사 견학, 글쓰기(기사) 요령 지도, ​주요 기업체 시찰과 나아가 해외 연수 등을 역점사업의 하나로 시행했다. 명예기자들은 저마다 학교의 독특한 행사, 미담 내용, ​지역사회의 지원 사례 등 기사를 써서 보낸다. 기사 끝에 학교와 명예기자 이름이 들어간다.

자기가 애써 쓴 기사가 신문에 활자로 나타날 때마다 성취와 기쁨은 기자 개인만이 누리는 특전이기도 하다.

창간 73주년을 맞은 제주일보에서 지난 4월에 ‘청소년명예기자’를 위촉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격려를 보낸다. 제주일보는 명예기자 선발 취지에서 ‘명예기자는 현장 탐방과 신문 만들기 캠프 등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나아가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참 좋은 착상이다. 비록 제주도가 좁은 지역사회이지만 도내 시찰, 신문·방송사 견학, 글쓰기 연습과정, ​국내 시찰, 우수 명예기자 표창 등 명예기자들에게 긍지와 사명을 심어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보낸 기사들을 모아 주 1회 정도 지면을 배려해 ‘학교현장의 소식’도 고려했으면 한다.

공직사회나 기업체에서는 ‘기획능력’을 인사고과의 1순위로 꼽는다. ‘기획’이란 자기의 생각을 체계적, 합리적,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과정이다. 대입에서도 언론사나 기업체 공채에서도 논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대학 입시전형에서 ‘에세이’를 ​중요시하는 것도 과제물을 논리적으로 전개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 자연과학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평가를 했더니 39%가 70점을 받아 대학 당국에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신입생들이 영어보다 국어 실력이 문제임이 드러났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낸시 소머교수는 사회에 진출하여 리더의 위치에서 활약하는 제자들에게 “자네 성공요인이 뭐냐?”고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이 ‘글쓰기’였다. 이어서 “능력을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이라는 물음에도 마찬가지로 ‘글쓰기’였다.

이번 선발된 명예기자들에게 신문 사설이나 칼럼을 수시로 한 편씩 꾸준히 읽고 직접 베껴 쓰도록 지도하자.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다.

생각의 근력(筋力)을 키우는 일이다. 명예기자로 활동하면서 체득한 글쓰기는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에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