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제주대학교 교수의 갑질
국립 제주대학교 교수의 갑질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6.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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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다는 대학이 흔들리고 있다. 학문의 추구보다는 취업 준비를 위한 과정으로 전락하면서 ‘지성의 상아탑’이 사라진지 오래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동안 대학 교수들이 ‘지성’을 갖고 있다는데에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 했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의 대학은 교수들의 상습적인 갑질과 폭언, 성폭력 등 온갖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제주지역 지성들이 모여있다는 국립 제주대학교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제주대는 지난 3월 학내 교수들의 잇단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송석언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까지 했다.

송총장은 “성추행 의혹은 학내에서 벌어진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닌 ‘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문제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구조적 불평등으로부터 찾아내는 책임 있는 자세를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 총장의 발언은 3개월여 만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지난 12일부터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A교수의 갑질, 성희롱ㆍ폭언 등을 공개하며 수업거부와 함께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들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도시락ㆍ담배ㆍ커피 등의 심부름은 물론 학생들의 발표 시간에 식사를 하고 폭력ㆍ성희롱 발언 등이 다반사였다.

이를 대하는 해당 교수와 해당 학과 교수들의 행태는 이들이 과연 지성인인가 하는 반문을 하게 한다.

해당 학과 교수들은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내건 대자보를 한밤중에 수거(?)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해당 교수는 1주일이 지나서야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사과 및 입장표명문’을 발표했다.

“저로 인해서 불거진 제주대학교 학생들과의 논란에 대해 사과 및 입장 표명을 하고자 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교수의 발표 내용을 보면서 답답함과 함께 우리 사회의 ‘구조화된 폭력’을 떠올렸다.

교수는 자신이 1980년대 학교를 다니면서 예술계에서의 도제식 교육을 받았고 교수가 된 후에도 그 방식을 당연시 했으며 일종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선택하는 것이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교수는 이어 나름의 목표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감히 자부했지만 시대가 변한 작금의 현실에 자신이 선택했던 교육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밝히면서 제자들을 대하는 데에 있어 신중하지 못 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은 교내 인권센터 등 일련의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사과 및 입장표명문’을 마무리했다.

기자는 이 ‘사과 및 입장표명문’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됐다.

사과 및 입장 표명문이면 우선 사과가 먼저여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입장부터 썼다. 그리고 그 입장이라는 것이 예술계에는 도제식 교육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도제식 교육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해당 교수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갑질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됐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또 사과를 한다고 하면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주장이 왜곡됐다는 주장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해당 교수로부터 교육을 받은 해당 학과 졸업생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또 대학 측에 묻고 싶다. 해당 교수의 행태를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인가.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설 만큼 심각한 상황을 수십년동안 방치했다면 졸업생들은 폭력에 대해 굴복하거나 방조한 것이며 대학측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제주대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터질 것이 터졌다”라고.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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