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포비아 확산…인도주의적 관점 필요 지적도
제노포비아 확산…인도주의적 관점 필요 지적도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6.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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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대량 난민 신청…두개의 시선 교차
지난 18일 오후 제주출입국사무소에 예맨난민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분주하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제주에서 발생한 예멘인 대량 난민 신청 사례는 그렇지 않아도 각종 강력사건 피의자로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 등을 기피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와 맞물리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13년 난민법이 제정·시행된 이후 제주지역에서는 매년 난민 신청자가 증가해 2000여 명에 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올해 1명이 유일하다. 

지난해까지 종교 탄압을 이유로 내건 중국인들이 난민 신청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면 올해는 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학살 등을 이유로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이 급증했다.

이전까지와는 난민 신청 사유가 판이하게 다르면서 예멘인들의 난민 인정 여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난민정책의 일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2016년 성당 살인사건과 음식점 업주 집단폭행 등으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무사증 제도를 악용한 불법체류자가 늘면서 외국인들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낮은데도 잠재적 범죄자로 외국인을 보는 시각과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뺏긴다는 공포, 이슬람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 등이 이번 난민 사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이슬람인들에 의한 성범죄 우려를 나타내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불법취업을 노리고 있다는 글들도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민 가운데서는 이들 예멘인들을 돕는 이들도 있지만 이웃들의 시선을 우려, 드러내기를 꺼려하고 있다.

이들 예멘인들은 극심한 전쟁의 공포를 피해 탈출한 것으로 6·25전쟁 당시 고향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던 우리나라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예멘 난민신청자륻 돕기 위해 한국정부와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노력에 감사한다”며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으로 강제송환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엔난민기구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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