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대백과사전
오름 대백과사전
  • 제주일보
  • 승인 2018.06.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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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제주일보] 제주도는 오름의 섬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에 폭발한 화산으로 인해 생겨나기 시작한 제주도는 가장 큰 분화구인 백록담을 중심으로 360여 개에 이르는 작은 기생화산 활동을 통해 현재와 같은 모양을 갖췄다.

제주를 상징하는 것이 한라산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지만, 사람들의 삶과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는 오름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름이 제주에서 가지는 기능과 의미가 매우 크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름은 살아서는 삶을 가능케 하는 생활의 중심공간이며, 죽어서는 돌아가야 할 영혼의 안식처가 되는 곳이다.

오름은 지형학적으로 볼 때 기생화산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자연과 신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부대끼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생명과 역사를 품고 있는 생태와 자료의 보물창고다. 사람을 비롯해 제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생명체는 오름에 기대어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형성한다.

신화에서의 오름은 제주의 여신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흙을 퍼다 나를 때 치마의 틈새로 떨어진 흙덩이들이 쌓여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선조들이 만들고 향유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는데, 제주사람들의 삶에서 오름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승자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고, 패자의 역사는 신화나 전설로 남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름에 깃들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모두 민초들의 삶이 된다.

패자의 역사를 자신들의 삶 속으로 받아들여 신화와 전설로 승화시키는 주체가 바로 민초들이기 때문이다. 오름에 깃들어 있는 신화와 전설, 제사 터와 당집을 중심으로 하는 민속신앙은 모두 문헌으로 기록되지 않는 제주 사람들의 역사이다. 그리해 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며 동시에 마을을 형성하는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오름의 기슭에 터전을 일구면서 농사와 목축을 했고, 건축의 자재를 공급받기도 했다. 몽골이나 일본 등의 외세가 침략해왔을 때는 항쟁의 거점이 됐으며, 봉화대가 설치돼 통신망을 구축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또한 4·3때는 봉기의 근거지가 돼 양민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비극의 장소가 된 곳도 바로 오름이었다.

이처럼 오름은 제주의 자연, 사람, 역사, 문화를 모두 품고 있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지만 이것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모아 정리한 것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고 유명한 오름에 대한 안내서나 연구서 등은 나와 있지만 360여 개에 이르는 오름 전체에 대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백과사전 같은 자료집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를 체계적으로 연구·관리하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발전적인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을 제주학(濟州學)이라고 한다면, 그것의 출발점은 오름에 대한 연구와 자료 정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 전역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면서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오름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백과사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문화콘텐츠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볼 때 오름을 중심으로 제주의 중요 정보를 수요자에게 맞춤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만큼 문화관광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름이 지니고 있는 지형학적 지식에서부터 신화와 전설, 민속신앙, 식생과 동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정보 등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빅데이터로 구축하고, 그것을 맞춤정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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