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숲길 걷다보니 옛 시골 정취 ‘물씬’
꼬불꼬불 숲길 걷다보니 옛 시골 정취 ‘물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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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9코스(조천-김녕올레)/솔숲~김녕서포구 6.4㎞
김녕농로에서.

[제주일보] # 솔숲과 운동장,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솔숲을 걷는데 어디선가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대의 포클레인이 바위를 파내는 소리다. 아니나 다를까 곧 펜스가 나타났다. 벌어진 틈도 없고 높아서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다.

궁금해 하면서 발길을 옮기는데 곧 동복리 마을운동장이 환하게 열린다. 잔디를 잘 관리해서 옆으로 걷는데도 기분이 좋다.

운동장을 지나자 ‘관계자 외 출입금지’ 간판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매립시설) 조성공사 현장’이라고 썼다.

지난달 신문에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사용기간이 5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매립장 사용 종료를 알린다는 광고를 본적이 있는데, 이곳은 2019년 2월에 완공 예정이다.

지난 1일자 신문엔 ‘주민 요구를 수용해 봉개동 매립장을 그 때까지 사용하기로 했다’고 보도됐으니 쓰레기 대란 걱정은 덜겠다.

님비현상이 들끓는 요즘인데 솔선해 시설을 유치한 동복리 주민들의 통 큰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여기 동복리 산 56번지 옛 채석장 일대 5만7000526㎡의 부지에 2034억원을 투입하여 내년 2월까지 매립장 20만㎡와 소각시설 등을 갖춘다고 한다. 시설이 완공되면 가연성 생활폐기물은 100% 소각하고 남은 재만 매립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소각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 연간 106억원의 판매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

올레길이 이어지는 ‘벌러진 동산’ 숲길은 이곳 해설판이 있는 곳에서 김녕마을 입구까지 1.6km인데, 약 20분이 소요된다고 썼다.

‘벌러진 동산’은 ‘두 마을로 갈라지는 곳, 혹은 넓은 바위가 번개에 맞아 깨어진 곳’이라는 뜻인데, 나무가 우거진 넓은 용암대지 위로 옛길도 남아 있다 한다.

소나무가 주종인 숲은 종가시나무도 많고, 상수리나무․구실잣밤나무․말오줌때․붉나무․검양옻나무․예덕나무․사스레피나무 등과 간혹 꾸지뽕나무․두릅나무도 보인다.

마침 장딸기 익은 것이 있어 몇 알 따서 입에 넣었더니, 침이 고이며 갈증이 사라진다.

다시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거기에 풍력발전기 하나가 세워져 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안내판에는 설비용량이 총 30M㎽로, 2㎽짜리 15기를 2016년 8월에 설치를 마치고 연간 6만6659MWh를 생산하는데, 이 시설로 연간 4만6000t의 탄소저감효과를 가져올 거라 한다. 도에서는 풍력자원 이익금 중 총 사업비 11억7500만 원을 투입, 취약계층을 위한 전기요금 지원과 에너지 취약 학교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양파밭 너머로 보이는 묘산봉.

# 김녕농로에서 묘산봉을 보며

숲을 벗어나자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300m 떨어진 곳에 묘산봉관광지가 있다는 이정표와 그림이 그려진 급수탱크가 있어 김녕리 선유로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은 김녕이 해녀마을인 것을 상징해 해녀가 물속에서 활동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올레길은 잠시 숲으로 들어간다.

그곳이 15㎞지점이었는데, 얼마 안 가 다시 큰 길로 나와 이번엔 선유로를 가로질러 김녕농로로 들어선다. 보리를 수확해 버린 밭과 양파와 마늘을 심은 곳이 대부분이다.

꼬불꼬불한 길이 꽤 정감이 가고, 비닐하우스와 가족 묘지들도 더러 보인다. 묘산봉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마을에서는 ‘오름이 고양이가 누워있는 모양 같다’ 하여 ‘괴살메’라 부른다. 표고 116.3m, 둘레 1658m의 아담한 말굽형 오름이다. 오름 남쪽 기슭에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포제단이 있고,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도기념물 60-1호 광산김씨 방묘가 있다.

# 남흘동 정자와 노모릿당

일주동로를 지나서 마을로 들어가자 남흘동의 정자 위에 나란히 서 있는 팽나무가 나그네를 맞는다. 나무에는 옛날 학교에 달았던 학교종 모양의 종을 매달았다.

건드렸다가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달려 나올까봐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나무의 몸집은 작지만 수령 250년이 넘는 마을 보호수다.

슬레이트 지붕도 꽤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동네 가까운 바닷가 쪽에 좋은 용천수가 있어 설촌이 가능했었다고 한다.

마을이 끝나가는 길 왼쪽에 일뤠당인 노모릿당이 있다. 이 당은 ‘강남천자국 용녀부인’을 모시며 당신은 피부병과 복질(腹疾)을 담당하는 신이다. 후박나무와 팽나무를 신목 삼아 자연석으로 주위를 둘렀고, 담쟁이가 그 위를 덮었다. 제수를 차릴 때는 해녀마을답게 생복, 소라, 보말 등을 쓴다. 주로 아이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찾으며, 비념 후 그릇을 깨고 헌 아기구덕을 버리기도 한다.

# 백련사를 지나 포구로

백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의 말사로 옛 일주도로인 김녕로변에 자리잡았다. 안봉려관 스님은 근대 제주불교의 개산조로 일컬어지는데, 1908년 관음사를 창건한 후 1911년에 법정사, 1926년에는 안도월과 함께 백련사, 불탑사, 월성사 등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제주 불교를 중흥시킨 분이다.

구좌지역의 불교 홍포(弘布)를 위해 이곳 김녕 옛 흥법사 터전에 자리한 백련사는 일제강점기 사찰령에 따라 1939년에 총독부의 계출 인가를 받아 30평 규모의 대웅전과 요사채, 해탈문 등을 완공했으며, 1942년 9월에는 강진의 백련사에서 문화재급 미타존상을 옮겨 봉안함으로써 주세불상으로 모시게 되었다.

절에서 벗어나 해변으로 가는 길에 ‘날개 달린 간세 뜰팡’이 서 있다. 그 주변은 ㈔제주올레 후원회원들이 2014년 제주올레 걷기 축제 때 함께 만든 정원이라고 한다. 조경 전문업체인 ‘자연제주’의 도움으로 올레길의 자연성 복원을 목표로 황근과 손바닥선인장, 갯패랭이, 털머위, 암대극, 밀사초, 참나리 등을 심었다. 그곳을 지나면 바로 종점이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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