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아직 퍼올릴 이야기 많다”
“4·3, 아직 퍼올릴 이야기 많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6.17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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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2번째 4·3콘서트…박경훈·김수열 출연
16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제주4·3이 우리의 역사가 되기까지’ 두 번째 토크콘서트에 박경훈 이사장과 김수열 시인이 출연,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16일 ‘제주4·3이 우리의 역사가 되기까지’ 두 번째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주인공은 제주에서 오랜 시간 문화예술운동으로 4·3을 품어온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김수열 시인(前 제주문화예술위원장)이다. 강요된 침묵의 시절, 4·3이 변방 제주만의 역사로 치부되던 시절 박 이사장은 미술운동으로, 김 시인은 문학과 마당극으로 대중에게 4·3을 각인시켜왔다.

80년대 암울했던 역사의 물꼬를 바꿔놓은 87년 6월항쟁 이후 제주의 문화예술계 역시 커다란 변화를 맞으며 1989년 4월3일 열린 첫 ‘4월 미술제’, 제주마당극을 대표하는 ‘놀이패한라산’(1987년 창립)의 ‘한라산’공연 등 4·3의 진실을 알려내기 위한 지난한 이야기들이 소개됐다. 공연과 전시 때마다 권력기관들의 감시와 조사로 늘상 고초를 겪었지만 제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일년에 한번 4·3제사상을 차리듯’ 4·3의 진실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4·3증언을 채록한 글로 시를 써온 김 시인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진실이고 역사였기에 표준어로 고칠 수도 없었고 외래어가 아니었기에 굳이 각주를 달 필요도 없었다”며 “과거 장례 때 대신 울어주는 노비, 곡비(哭婢)가 바로 시인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2002년 다랑쉬굴 학살터부터 4·3희생자들과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4·3해원상생굿’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작은 그 엄청난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예술이 ‘굿’수준의 위로를 못한다는 걸 절감해서였다. 제주의 기층문화, 민간신앙은 굿이다. 4·3굿은 해원의 장치다. 예술이 쓸모 있음에 대한 모색이면서도 동시에 예술이 쓸모없음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제주지역 문화예술계에 4·3 과제를 물었다.

김 시인은 “제주지역 문화예술에 있어 4·3은 반드시 거쳐야 할 커다란 관문과도 같았다. 4·3은 ‘잊혀지지 않기위한’ 기억투쟁이었다. 현기영 선생은 ‘기억의 타살’이란 말로 문학의 역할을 이야기 한다. ‘순이삼촌’을 읽고 자란 많은 현기영 키즈들이 이제 4·3을 기억하는 것에서 ‘죽어야했던 이유에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광화문 4·3국민문화제에서 분단을 거부하고 5·10총선거를 반대하며 입산하는 사람들을 형상화한 ‘강문석·서성봉’작가의 ‘이젠’이란 작품을 보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는 박 이사장은 “4·3이 이제야 대한민국의 역사가 됐구나, 그때 올라간 사람들이 70년만에, 남북의 해빙모드에 ‘이제 하산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가 기억투쟁으로서의 4·3이었다면, 현기영·강요배·오멸 등 많은 작품들이 이어져왔지만 발칸의 우물처럼 아직 제대로 다 퍼올리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제주민중가수 최상돈씨도 함께 해 노래로 4·3을 지켜온 이야기들을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3월말부터 ‘제주4‧3 70주년 기념 특별전-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를 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연장전시를 확정, 오는 7월3일까지 이어진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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