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처음처럼!
처음처럼? 처음처럼!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8.0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월 전국동시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후보들이 ‘출마’를 공식화 한 이후 전개된 4개월의 기나긴 레이스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출마(出馬).’ 렛츠런파크 제주가 투표일을 앞두고 말(馬)과 관련된 선거용어에서 소개한 것처럼 말 그대로 ‘말(馬)을 타고 나가다’라는 뜻으로, 전쟁에서 기인한 말이다.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이 살아서 돌아올 보장이 없는 전쟁터로 목숨을 걸고 나가는 장수의 심정과 비슷할 만큼 비장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저마다의 각오로 출마 선언을 하고 출발 신호와 함께 선거라는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여느 전쟁이 그러하듯 선거에서 최후의 승자는 단 한 명뿐이다. 2등은 없는 것이다.

제주에서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도지사 5명, 교육감 2명, 지역구 도의원 73명, 비례대표 20명, 교육의원 6명 등 모두 106명.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을 확정 지은 7명(도의원 3명·교육의원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저마다 제주도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적임자임을 자임하면서 물러설 곳 없는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도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그들의 절실함은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하나하나에도 그대로 묻어나왔다.

‘오직!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약속한 모든 일들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소중한 한 표 꼭 찍어주십시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동네를 만들겠습니다.’, ‘당선되면 받는 월급 미래 세대를 위해 환원하겠습니다.’ ‘도민과 함께 신명나게 일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

도지사 선거전이 조기 과열되면서 네거티브 공방으로 흘러 정책 대결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역 후보자들이 제시한 것들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제주도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정도로 공약은 차고 넘쳤다. 실현 가능성과 향후 실천 의지가 문제일 뿐.

공식 선거운동기간 후반부에는 비까지 내렸다. 그러나 후보들은 굵은 빗방울도 아랑곳 않고 자동차를 향해 한없이 머리를 굽혔다. 지나가는 주민에게는 한 발 앞서 달려가 머리를 숙이고 악수를 청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늦은 밤까지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길거리 구애는 계속됐다.

사실 후보자들이 출마를 결심할 때처럼, 선거운동기간 약속한대로만 해준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를 선택해도 제주의 미래를 위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선택은 끝났다. 그러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후보자들이 선거기간 한없이 겸손해지는 모습에도 주위의 반응은 냉랭함이 앞섰다. 지금 이 순간에는 한 표가 아쉬워서 그럴 뿐 당선되는 순간 ‘도루묵’, 곧바로 ‘갑(甲)’으로 변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이 같은 냉소적 모습은 그동안의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이제 당선인들의 실천을 통한 유쾌한 반전을 도민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보고 싶어 한다. 일하고 싶다고 애타게 사정해서 도민들이 기회를 줬으니 그에 부합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지금 제주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제주가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이면에는 마주하고 있는 주요 문제를 제때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주를 위한 기회가 또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당선인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오히려 무거운 짐을 자진해서 짊어진 셈이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도민들은 선거운동기간의 행동과 언어들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