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제주칼럼
금능 석물원에서 당신을 떠올리다변종태.시인/다층 편집주간
제주일보 | 승인 2018.06.12

[제주일보]  제주에 살면서 수많은 타지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빼지 않고 하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것은 제주의 돌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국 어디를 돌아다녀도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돌은 거의 보기 힘들다.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의 돌들을 보면,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외지인들에게 침탈을 당해 상처투성이인 우리 제주 땅의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척박한 제주를 지키면서 환경과의 싸움만으로도 만만찮았을 텐데, 섬 밖에서 밀려온 많은 외지인들로부터 수탈과 핍박의 역사를 살아내야 했던 당신들이기에, 당신들의 가슴은 돌처럼 굳어갔을 것이요. 그 가슴에 숭숭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그러기에 제주의 돌을 볼 때마다 흔하디흔하다고 하찮게 여겼건만, 제주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부터는 어느덧 귀한 몸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니, 돌담으로 정겨웠던 길가의 담장은 시멘트로 교체되고, 기하학적인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제주의 돌담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아직도 예전의 돌담들이 도시화의 바람에 맞서 정겨운 모습으로 올레를 지키고 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지인이 제주를 방문한 일이 있어, 길잡이 노릇을 한 일이 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장 제주다운 곳을 소개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몇 군데 들른 후에 금능 석물원을 찾았다.

그곳은 개인적으로 무척 애정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찾는 곳이어서 그곳을 찾았다.

관광지라고 하기엔 어색하게 무료입장을 하는 곳이라 차를 세우고 입구에 있는 정여굴에 안치된 불상에 인사하는 것으로 공원을 둘러봤다.

석물원은 40여 년간 돌하르방을 조각해 온 명장(名匠) 장공익 선생(노동부지정 명장 93-16)이 3만3000㎡의 대지에 현무암으로 조각한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라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연못이 나오고 선생이 제작한 돌하르방과 해녀상, 동자상, 물허벅을 지고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상을 비롯해 제주의 전설을 돌로 표현한 작품 등 제주생활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조각품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이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지라면 굳이 내가 소개를 한다거나, 즐겨 찾지도 않을 터이다.

석물원을 들르는 사람들은 이곳을 만든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한다.

하지만 석장(石匠) 장공익 선생의 필생의 작업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분을 개인적으로 뵌 적도 없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그분은 곡절 많은 삶을 돌을 다듬으면서 다스려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제법 연세가 들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데 작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쪽으로 돌아가 보니 그 분은 아닌 듯하고, 다른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다.

아들이 선생의 뒤를 계승한다는 소식을 접한 일이 있는데, 아들인가보다 하고 돌아 나왔다.

석물원에 전시된 각종 석상들은 석상에 담긴 선생의 심성을 짐작하건대, 굉장히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웠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무장무애(無障無礙)의 경지랄까. 생과 사를 넘나드는 진지함과 더불어,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한 경계도 굳이 긋지 않으신 듯하다.

그야말로 자연의 일부로서의 돌이 그 바탕을 드러내듯이, 인간도 돌의 일부로서 공원의 곳곳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행했던 지인은, 이 한 곳에서 제주의 전부를 보았노라고 흡족해 한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공간으로서 석물원이 각광받는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더불어 제주 정신으로서의 돌문화가 건강하게 계승되기를 기대해본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포토
PREV NEXT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고충처리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사로 25 3-5층(삼도이동, 수정빌딩)  |  대표전화 : 064)757-3114
광고·구독:757-5000  |  편집국 FAX:756-7114  |  영업본부 FAX:702-7114
법인명(단체명) : 주식회사 제주일보방송  |  등록번호 : 창간 1945년 10월1일 / 1964년 1월1일 등록 제주, 가 0001
대표자명 : 김대형  |  발행인 : 김대형  |  편집인 : 부영주   |  편집국장 : 김태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대형
Copyright © 2018 제주일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