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뭇가사리 사랑
우뭇가사리 사랑
  • 제주일보
  • 승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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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제주일보] “아이, 더워라!” 기나긴 추위가 엊그제 같더니 계절을 훌쩍 뛰어넘어 또 하나의 기나긴 계절, 여름이 본격 시작됐다.

올해는 후텁지근한 날씨가 더 길어진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더위로 짜증날 때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시원한 바다도 좋고 그늘진 산 속의 바람도 그리워진다.

그러나 이들과 같이 있으려면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데 그것도 덥다.

이럴 땐 시원하게 먹는 것이 딱이다.

푸짐한 야채에 얼음 동동 띄운 자리물회도 좋다. 그것뿐일까. 맞다. 생각났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냉국과 무침이다.

오이채 썰고 부추 쫑쫑 썰고 양념장을 만들어 살살 버무려 만든 우뭇가사리 요리, 아! 생각만 해도 침이 돌고 더위가 가신다. 올 여름에는 건강에도 만점인 시원한 우뭇가사리를 사랑해보면 어떨까.

사실 우뭇가사리는 해초 가운데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고 할 만큼 보물이다.

100% 자연산에다가 우리의 이웃 해녀들이 직접 채취하는 것이니 말이다.

특히 전국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 가운데 70%가 제주산이다. 하여 맛과 건강식으로도 으뜸이다. 따라서 우뭇가사리는 여름에 제주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요즘 제주해녀들이 우뭇가사리를 수확하느라 무척 바쁘다. 채취하고 말리고 내다 팔아 소득을 올리느라 분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우뭇가사리 방학’이 있었다.

해마다 벌초때가 되면 벌초방학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벌초방학은 하루였지만 우뭇가사리 방학은 일주일 정도로 길었다. 요즘에는 도교육청에서 방학을 관장했지만 우도는 연평 소재 학교장이 재량이나 리더십을 발휘해 방학날짜를 정했다.

왜냐 하면 우뭇가사리 수확을 잘 해야 마을 주민들이 1년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바쁜 우뭇가사리 철에 학생들이 잠시 학업을 멈추고 어머니나 할머니들의 일손을 덜었으니 얼마나 고향마을을 사랑하는 정겨운 광경이었을까.

우뭇가사리는 여러 해살이 해조류로서 여름의 번식기가 지나면 본체의 상부는 녹아 없어지고 하부만 남아 있다가 다음해 봄에 다시 새싹이 자라난다. 바닷속 20~30m 깊이의 바위에 붙어 자라는데, 해수의 소통이 잘되는 곳에 산다.

우뭇가사리는 아직 양식법이 개발되지 않아서 갯닦기로 잡조(雜藻)를 제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번식면적을 확대시키는 소극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이전에는 가을에 사람들이 공동으로 긴 장대 끝에 납작한 쇠붙이가 달린 연장으로 갯닦기를 실시하였는데 요즘은 인력 부족으로 하지 않고 있다.

제주 우뭇가사리는 ‘제주탐라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예로부터 채쳐서 콩국에 띄워 청량음료로 사용했고 제과나 조림, 유제품, 육류저장용 등의 식품첨가용으로도 쓰였다. 우뭇가사리는 혈관 질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상당히 내려주고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제주해녀들은 대개 자발적으로 공동체의 규칙을 정해 해산물을 캔다. 우뭇가사리 철에는 더욱 엄격한 리더십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어떤 일보다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어느 누구 잘나고 못나고 없이 함께 마을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수익을 나눈다. 다들 욕심이 없이 힘을 모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혼재한 요즘 세태에 본받을 만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해녀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숨비소리가 멀어지면 어떡하나 벌써 걱정이 된다.

여기에서 생각 하나. 탈 많고 말 많은 선거가 끝나면 한동안 이 편 저 편 갈라진 채 반목과 질시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일단 시합이 끝나면 함께 단합하고 미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녀들의 공동체적 문화와 서로를 위하는 그 정신처럼 말이다. 그게 우뭇가사리 사랑이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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