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과 제주도
‘소확행’과 제주도
  • 제주일보
  • 승인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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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작가/칼럼니스트

[제주일보] 요즘 ‘소확행(小確幸)’이 뜨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8’이 제시해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라이프 트렌드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 한다.

경제성장이 정체하면서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다.

평범한 행복, 소소한 가치에 집중하는 행복 키워드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귀여운 소품, 반려동물, 맛있는 음식, 오후의 커피 한잔.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소확행’은 대다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화려한 휴가 사진으로 도배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게시물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소확행’과 더불어 제주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행객들이 제주도에 와서 힘들게 돌아다니기보다는 여유롭게 추억을 남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여행에서는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힐링하는 기분으로 상쾌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제주도는 계획 하나 세우지 않고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일까? 제주도는 곳곳에 가득한 명소와 즐길 거리, 먹거리가 여행에는 최적의 장소일까?

최근에는 제주도 한 달 살기, 힐링여행 등 독특한 여행 테마로 즐기는 이들도 늘었다.

거창하지 않아도 소소한 쉼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트렌드 덕분이다.

제주지역에서는 이에 발맞추어 소확행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6월 초부터 1인 가구 프로젝트 ‘소확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1인 가구 프로그램이며 반찬 만들기·정리수납 강의 등으로 구성돼 있다.

JTBC ‘효리네 민박’이나 tvN ‘숲 속의 작은 집’은 일상의 소중함을 조명한 대표적인 힐링 프로그램이다. 바로 ‘소확행’ 프로그램이다.

자연 속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며 스스로 행복을 찾는다는 콘셉트이다. 그러나 ‘숲 속의 작은 집’은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소문이다.

이처럼 ‘소확행’으로 제주가 뜨고 있지만, 염려하는 주민들도 많다.

유입 인구까지 늘어나면서 도시와 시골의 구분이 없어졌고, 땅과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관광객은 꺼져라(Tourists, Go Away!)” “당신은 지금 이 곳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You Are Destroying This Area)”

‘사랑의 도시’ 베니스처럼 거칠고 낯선 시위의 풍경과 메시지들이 제주도에서 타전될 지 아무도 모른다.

제주시내 중심가로 나가면 밀리는 차량으로 피곤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관광객 숫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관광객이 갑자기 늘면서 쓰레기 문제 같은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니스의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남기고 가는 소음과 쓰레기와 혼잡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베니스의 골목골목 관광을 반대하는 행진이 이어졌다.

제주의 마을을, 도시를, 삶을 잃지 않기 위해 제주도민은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청정 제주도가 쓰레기 섬이 되고 있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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