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신할 사람
‘나’를 대신할 사람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8.06.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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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어느새 사흘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를 두고 도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어떤 후보가 보다 지역을 대변해 민생을 챙길 수 있을지, 케케묵은 지역의 현안들을 말끔히 해소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수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반갑지 않은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선거철이 되니 ‘학연·지연·혈연’ 등의 구태정치가 또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A후보가 우리 조카인데 잘 봐줘라”, “B후보 어디 고등학교 출신이니 힘 실어줘야 한다” 등 정책과 무관한 ‘인연’에만 얽매인 호소들이 이어지고 있다.

몇일 전, 간만에 모인 친목회 자리에서 어김없이 선거에 대한 이야기들이 입방아에 올랐다.

어떤 사람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또 어떤 사람은 인물의 청렴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렇게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 쯤 아니나 다를까 어떤 후보가 자신의 친척이라며 믿고 도와달라는 사람이 등장했다.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내 스승’, “부모님 친구”, “친구의 부모님” 등 오만가지 사연들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후보의 어떤 정책이 옳다, 어떤 정책은 실현이 불가능 하다로 열변을 토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궨당’들을 홍보하기에 급급해져 있었다.

이처럼 제주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궨당’ 문화에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이 궨당 문화는 ‘혼디’라는 이름 아래 모든 사람들이 ‘제주’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그 어느 지역보다 끈끈한 연대감을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오늘 날에 와서는 이 같은 제주의 지역적 특성과 맞물려 ‘온정주의’, ‘구태정치’를 야기 시키는 주범으로 변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의 어떤 사람이 아닌, ‘나’를 대신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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