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주인 되는 국민의 권리
국가의 주인 되는 국민의 권리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6.08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네톡] 브이 포 벤데타... 국민의 ‘소리’가 사라진 통제된 세상
억압 속 의문의 혁명가가 나타나는데, 과연 무기력한 민중을 깨울 수 있을까
'브이 포 벤데타' 스틸컷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각 지방을 대표할 민주주의의 얼굴을 선출하는 6·13 지방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늘 이맘때 쯤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다시금 주목을 받지만 희한하게도 전혀 선거와 무관한 내용임에도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이다.

브이 포 벤데타는 특히 '최순실 사태' 가 폭로된 이후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되며 화제가 됐었다.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인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신념에 대해 말한다.

2040년,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영국은 모든 국민의 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극우 정당이 지배하는 전체 국가다.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어디론가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의 감시 카메라와 도청 장치로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누구도 세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에서 일하는 이비(나탈리 포트만)는 통금 시간을 어겼다가 비밀 경찰에게 적발돼 위기에 빠진다. 이때 가면을 쓰고 자신을 '브이(휴고 위빙)'라고 칭하는 한 남자에게 도움을 받고 그가 공포정치의 상징인 형사 재판소를 폭파하는 것을 지켜본다. 다음날 브이는 정부의 날조 방송을 일삼는 방송국을 점령하고 국민들에게 스스로 깨닫고 저항 할 것을 호소한다.

영화 속 브이는 억눌린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는 폭력적 복수의 상징이다. 악덕한 고위층을 암살하는 것은 물론 공포에 눌려 침묵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에 이비와 함께 무기력한 민중들은 스스로 일어나 공포에 억압받던 현실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이비에 의해 폭력적 복수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택하면서 폭력에 대한 마지막을 고한다.

우리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했다. 국민들은 정치적 무관심에 크게 반성하며 스스로 일어났고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그 후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국민의 권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제주는 대선에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누가 죄인인지 찾고 있다면 거울을 들여다보시면 됩니다."

투표를 하고 제주를 대표할 얼굴이 선출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이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없다. 기회만 있을 뿐.

자, 6월 13일이 지나고 난 후 거울에 비치는 여러분의 모습은 죄인인가, 아니면 권리를 행사한 유권자인가?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