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최후 보루다
유권자가 최후 보루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8.06.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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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서동요’. 지금부터 1500년 이전 시기에 지어진 민요형식의 노래다. 문학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4구체 향가다. 이를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백제의 서동(백제 무왕의 어릴 때 이름). 무왕의 어린 시절 당시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사모하게 됐다.

서동은 머리를 깎고 스님처럼 차려입은 뒤 신라 서울에 가서는 성 안의 아이들에게 선심을 쓰며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내용은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효험을 봤다. 신라의 대궐 안까지 이 노래가 퍼졌고, 급기야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귀양 보냈다. 그녀를 기다리던 서동은 그녀와 함께 백제로 와서 그는 임금이 되고 선화는 왕비가 됐다는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당시 신라·백제 두 나라의 관계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부정하는 설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사를 배운 사람들은 이를 진실처럼 기억한다.

최근 선거판에 가짜뉴스가 판치면서 그 시초에 ‘서동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아예 없는 일을 기사처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이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보편적 정보유통의 수단이 되면서 가짜뉴스는 이를 타고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한쪽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선거판에서 민의의 왜곡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부동층 공략이 당락결정

상투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선거판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결전의 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한쪽도 안심할 수 없다. 각 후보들의 홍보물은 나보란 듯 일찌감치 배달됐지만, 대부분 유권자들은 홍보물을 뒤로 밀린다.

이를 후보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떠도는 표’, ‘떠돌이 표’ 또는 ‘뜨내기표’라는 부동표가 선거막판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각 후보마다 부동표 흡수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오늘(8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돼 사실상 올 지방선거가 종착점으로 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각 언론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아직까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제주도지사 선거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2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지사 선거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제주도교육감 선거와 제주도의원 선거의 경우 부동층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이들 부동층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말처럼 쉽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데 있다. 결국 이들의 마음을 훔쳐야 하는 후보들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는 지금까지 치러진 각종 선거가 보여준다. 그 중심을 가짜뉴스가 차지한다.

#막판 가짜뉴스 경계해야

시간은 한정돼 있고 뉴스는 범람한다.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결국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 때 눈길을 끄는 그럴싸한 잘 팔리는 뉴스가 등장한다. 가짜뉴스는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정확히 알고 소비자를 치밀하게 속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악의적 가짜뉴스 유포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망치는 가장 치졸한 불법행위다.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후보들의 조급증이 빚은 결과다.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과 타지방에서 밀려드는 이주 열풍으로 제주는 지금 급변기를 맞고 있다. 그만큼 제주내부에는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들이 쌓이고 넘친다. 때문에 후보들은 이를 헤쳐 나갈 자신만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이동원 제주도선거관리위원장(제주지방법원장)이 어제(7일) 투표참여 담화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정당과 후보자들은 마지막까지 정정당당히 경쟁해야 한다. 그 정정당당함의 한복판에 유권자가 있고, 결국 이들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유권자가 깨어야 선거판이 바로 선다는 진실의 시험대가 다가왔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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