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實存을 확인하는 일
우리의 實存을 확인하는 일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6.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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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선택이란 언제나 계산과 갈등, 설렘과 불안을 수반한다.

게다가 일단 선택한 건 되돌리기 어렵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과 회한이 따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뭘 하면서, 누구와 살아갈 지’ 모두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어렵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게 사람의 일인데다 최선의 의도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므로.

그 뿐이랴.

한때 선(善)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지나고 보면 거꾸로 악(惡)인 수도 적지않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의 운명을 바꿔 놓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위험 또한 상존한다.

선거 역시 그렇다. 싫든 좋든 선택해야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투표 참여를 독려해도 투표율이 잘 올라가지 않는 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신분증을 챙겨 기표소까지 가야 한다. 기표소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모를까, 집에서 먼 곳에 있다면 더욱 그 수고가 커진다.

반면 투표를 했다고해서 얻는 혜택은 미미하다. 후보를 도와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당선되면 한 자리씩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별 볼일 없는 일반인들이야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자신의 한 표가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경제적’ 심리가 투표를 하지 않게 한다. 이른 바 ‘합리적 무관심’이다.

유권자의 생각이 투표에서 그대로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다.

유권자가 A를 B보다 선호하고(A>B), B를 C보다 좋아한다(B>C)고 치자. 그러면 A에 대한 선호도가 C보다 더 높아야(A>C) 한다. 하지만 최다득표제에서는 오히려 C가 A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결과(C>A)가 나올 수도 있다. 다수결에 바탕을 둔 선거가 반드시 합당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정치가 콩도르세가 주장한 ‘투표의 역설’이다.

▲투표 행태와 투표 참여는 정치학자들의 주요 연구 주제다.

일반적으로 선거 쟁점이 있으면 투표율이 높고 쟁점이 없으면 투표율이 낮다.

라이커와 오더슈크 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팀은 투표참여를 설명하는 선택모델을 만들었다. 개인이 투표해서 받는 보상에 시민으로서의 의무감을 더한 뒤 여기에 기회 비용을 빼는 방정식이다.

하지만 투표 보상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시민적 의무감과 기회 비용 중 어느 것이 높으냐에 따라 투표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장·노년층은 기회비용보다 시민적 의무감이 강해 투표율이 높으며, 청년층은 기회비용이 높아 투표율이 낮다고 한다.

시간과 수고를 들여가면서 기표장으로 가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또 축구장에서 이긴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투표율이 높다는 조사도 있다. 승리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이 투표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투표를 통해 당선된 사람이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양측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는 공정한 인사를 하기 바라지만 당선자는 선거 공신으로 주위 담장을 둘러치기 일쑤다. 그런데 일단 당선만 되면 유권자들이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거는 이렇게 흠이 많은 제도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안된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 중 선거 보다 나은 것은 없다.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이유다.

6·13 지방선거가 열흘 앞이다.

산과 들로 나들이 가기 좋은 날이지만 합리적 무관심의 유혹을 털어내고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가 많았으면 한다.

그런 고민과 노력이 쌓이면서 민주주의는 조금씩 발전해 간다.

키에르케고르가 갈파했듯 선택은 실존(實存)의 증거다.

투표도 바로 우리의 실존을 확인하는 일이니까.

후보들을 볼 수 있는 데까지 잘 보고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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