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침묵'할 때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침묵'할 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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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침묵의 기술

[제주일보]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침묵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조심스러움은 달변의 재능이나 적성에 비해 결코 평가절하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수도 없이 많아졌고 어느 때는 소통을 강요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을 전시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말을 하지 않으면 마치 바보가 된 것처럼 여겨지고 언론과 TV에서는 막말이 난무한다.

서점에서는 말을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이 꾸준히 출간되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반면에 말이나 글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의 역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더라도 말과 글이 불러일으키는 부차적인 사건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혹은 그것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그 순간에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 또는 글로 인해서 뒤돌아 후회하거나 아니면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해 후회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침묵해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 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무슨 말을 하고 나서 행여나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끔씩 불편해지는 때가 있다.

그 때마다 그 당시에 말을 하지 않았다면 한 번 더 생각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일들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침묵이 필요한 순간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자기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침묵 속에 자신을 붙들어 매두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들의 정신은 소심함이 덮어씌운 베일에 시야가 가려 늘 주저하는 상태이며, 타고난 명석함의 일부는 그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 책은 과도한 침묵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침묵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썩히는 것과 같다.

저자는 단순히 입을 다무는 것이 침묵의 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침묵을 지키는 것은 겸손과 자제라는 좋은 자질을 갖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글을 쓸 수 있고 올바른 발언을 할 수 있으나 침묵하는 것은 일종의 낭비 혹은 더 나아가서 부덕한 것이라고 저자는 여기고 있다.

우리가 언제 침묵해야 하고 침묵하지 말아야하는 지는 사실 정해진 것이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종의 가이드북으로서 18세기부터 지금까지 그저 제 기능을 해오고 있을 뿐이다.

언제 침묵해야 하고 언제 침묵을 깨야 하는 지는 전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디누아르 신부의 의도는 우리가 이 책을 덮는 그 시점부터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도록 고민하게 만드는 것에 있지 않을까. <지기룡 한수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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