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으로 몸살 앓는 ‘찬란한 무덤’
오염으로 몸살 앓는 ‘찬란한 무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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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가락중앙종친회 사무총장·수필가·시인·논설위원

[제주일보]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 인근 야무나 강변이 오염된 채로 방치돼 있다. 로이터는 2018년 5월 19일 야무나 강가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을 자료 화면으로 내보냈다. 주변의 환경오염과 곤충 배설물 등으로 인해 순백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타지마할 건물이 갈색·녹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한탄이다.

12억5000 인도인들은 평생 ‘타지마할’과 갠지스강이 흐르는 중심지 ‘바라나시’를 한 번 찾아가는게 소원이다.

한국인은 사업이나 관광으로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타지마할 앞에서 찍은 사진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약 200㎞ 내려온 곳에 인구 100만명 정도의 아그라시가 있다. 아그라는 무굴 제국(1526~1857)의 수도였다. 그 아그라시의 교외 아그라성(城)의 동쪽 약 2㎞ 떨어진 야무나 강가에 자리잡은 타지마할. 인도의 대표적인 이슬람 건축물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타지마할은 인도의 자랑이다. 왜 타지마할을 ‘찬란한 무덤’, ‘사랑의 금자탑’이라고 부를까? 타지마할은 인도의 통일을 이룩한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이 끔찍이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을 추모하며 건설한 것이다. 샤 자한과 결혼한 왕비 마할은 14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15번째를 낳다가 그만 숨을 거뒀다. 황제가 뜨겁게 사랑했던 아내를 애도하고 영원히 기념하고자 이렇게 ‘찬란한 무덤(묘지)’을 만들었으니 곧 타지마할이다.

필자는 종친회 일로 2000년부터 인도를 방문했다. 무려 여덟 번이나 이곳 타지마할을 관람했다. 그 때마다 수집한 자료에서 인도 안내자의 설명을 적어둔 인도여행기를 찾아봤다. 타지마할은 황제와 왕비의 묘지다.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이탈리아와 이란, 프랑스, 시리아, 바그다트, 페르시아 등지에서 건축가와 공예사 등 전문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기능공 2만명이 동원돼 22년간(1931~1653) 공사의 결과물이니 경탄을 자아낸다.

최고급 대리석과 붉은 사암은 인도 각지역에서 조달되었지만 궁전 내외부를 장식한 온갖 보석들은 터키, 티베트, 이집트, 중국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입했다니 300~400여 년 전 인도의 국력을 짐작해본다.

동행한 인도인은 “궁전의 대리석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빛깔을 달리해 보는 사람의 넋을 빼놓는다. 이러한 ‘불가사의’한 건축 공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기능공들의 손가락을 절단했다는 예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마도 당시 인도 정부는 고도의 기술이 함축돼 세워진 타지마할의 조각기술과 건축양식을 다른 나라에 전이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타지마할 입구에는 인도인, 외국 관광객이 다섯 줄로 서있다. 입장 검색대는 군인들이 배치돼 공항보다 더 심한 편이다. 건축물의 내부와 벽면은 보석과 준보석으로 정교하게 장식돼 있어 쇠 붙이는 압수한다. 들어가서도 2차 검색을 받는다.

타지마할 본관까지 걸어서 가는 약 300m에 이르는 일직선의 수로(水路)중앙에는 연꽃 모양의 수조(水槽)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수로에 비친 타지마할 건축물의 모습에 또 한번 감탄한다.

왜 야무나강이 오염된 채로 방치되고 있을까? 360년 된 대리석 무덤은 강의 오염과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무덤 일부에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진단에 아그라시 당국은 초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야무나강은 인도 북부의 힌두스탄 평야를 흐르는 강으로 400㎞. 히말라야 산지에서 발원해 델리, 마투라, 아그라를 지나 알라하바드에서 갠지스강에 합류한다.

인도 렌드라 모디총리가 들어선 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산업화과정에 발생하는 쓰레기에 인도인의 젖줄 야무나강은 신음하고 있다. 곧 갠지스강에 합류하면 ‘성스러운 강’으로 숭앙받아야할 야무나강은 이제 ‘성강’이 아니다.

간디라공항을 떠나며 우리의 소양강, 한강, 낙동강의 쓰레기와 오염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오가 아닐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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