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 ‘혈세매입’ 신중해야
미분양 주택 ‘혈세매입’ 신중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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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에 아파트를 비롯해 미분양 공동주택이 남아도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분양 주택이 이처럼 쌓일 것이라는 예상 또한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제주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이 지난 29일 발표한 ‘제주지역 미분양주택 현황 및 특성’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월 기준 1000호가 넘어선다. 이에 따라 미분양주택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거나 장기화될 경우, 주택시장의 불안정 및 주택산업 및 관련 산업들의 침체로 이어질 우려를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의하면 제주지역 미분양주택의 평균분양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평당 2494만원이며 가장 낮은 지역은 1106만원에 이른다.

이 연구위원은 이들 미분양 주택 가운데 저렴한 것을 매입한 뒤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분양 주택에 지방정부 등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를 해소하는 방안은 예전에도 줄 곳 제기됐다.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한 것처럼 지금 시중에 매물로 나온 미분양 주택엔 가격 거품이 잔뜩 끼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을 조사한 결과 제주지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당 평균 392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알기 쉽게 평(3.3㎡)으로 환산하면 제주지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평당 1295만2500원선이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가격이다.

최근 2~3년전 만 하더라도 제주 주택시장은 이상과열이라 할 만큼 활황장세를 보였다. 덩달아 제주지역 땅값도 폭등세를 보였다. 이는 결국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고, 투기세력이 빠진 제주는 지금 곳곳에서 후유증이 나온다. 지금 쌓이고 있는 미분양 주택이 그 후유증의 결과물이다. 제주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이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은 그 자체가 넌센스다. 아무리 제주로 반입되는 건자재 등에 추가적인 해상운송료 등이 추가로 붙는다 해도 전국 2위의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으로 쌓인 미분양 주택에 도민들의 혈세를 투입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그럴 바엔 지금 지방정부인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라도 더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눈먼 돈’이라고 해도 혈세가 특정사업에 투입되려면 절차적 정당성과 나아가 결과에 대한 정의까지 따라야 한다. 지금 쌓이고 있는 미분양 주택들 전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주택은 개발업자의 ‘한건 탐욕’의 결과다. 집 없는 서민들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 곳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혈세로 투기를 보장하는 결과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미분양 주택은 시장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건강성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혈세투입은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처방전이 결코 될 수 없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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