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 베이스캠프를 높이자
제주농업 베이스캠프를 높이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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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제주일보] 1953년 오늘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을 처음 밟은 이는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다.

당시 장비나 지원체계도 변변치 못했지만 8848m의 세계 최고봉을 올랐으니 상상을 넘는 인류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이후 10년간 단 세 번의 등정만 허용되고 많은 산악인이 도전 중에 희생됐다.

1977년 제주 출신 고상돈은 세계 열네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의 주인공이 된다.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다”는 멘트는 지금도 생생하다.

요즘은 연간 수백명의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이탈리아 사람 라인훌트 메스너 이후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을 오른 산악인도 부지기수로 많아졌다.

이유가 뭘까? 장비, 체력, 기술, 지원체계 등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베이스캠프의 높이다.

기존 해발 3000m 수준에 설치하던 베이스캠프를 5000m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이 등정가능성을 훨씬 높였다는 것이다. 지향점도 높고 환경분석과 전략수립이 쉬워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제주지역 농가소득이 지난해 기준 5000만원을 처음 넘어섰다. 이제 5000만원 달성 이후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한층 높여야 할 시점이다. 농업의 베이스켐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들이 오고 있다.

우선 헌법 개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반영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대통령 개헌 발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지만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농업부문에 여야 간 이견이 없으니 농업인의 염원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도 공익적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하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어쩌면 농업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핵심기술들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터, 빅데이터, 크라우드펀딩, 로봇공학, 정보통신기술, 블록체인 등 농업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활용의향에 대한 농가조사 결과 농업 농촌을 위해 가까운 미래에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1%에 달했다.

기술별로는 정밀농업이 77.4%, 관리프로그램 77.2%, 정보통신기술 76.5%, 농용로봇과 드론 74.9% 순이다.

식물공장이나 인공지능 농기계 등 농업과 첨단핵심 기술들이 융·복합으로 연결돼 농업 생산성, 정밀성, 안정성이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다. 식품산업과 생명공학 분야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민간투자 활성화, 농가 컨설팅 지원, 가족농 보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극복해야 한다. 지식기반의 스마트 농업이 활성화되면 젊은이들도 농촌으로 돌아올 것이다.

농업과 공익적 사업이 연결된 사회적 농업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활동을 중심으로 농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경제활동을 말한다. 지역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농업활동을 통해 장애인·아동·고령자에게 건강관리·요양·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애인·아동·학생·청년층을 대상으로 농업을 가르치고 체험기회를 주기도 한다. 농촌경관이나 농업활동을 활용해 취약계층의 정신적·육체적 재활을 돕는 케어팜(Care Farm·치유농업) 등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사회적 농업 협의체’를 발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농업은 바닥을 쳤기 때문에 반등할 일만 남았다”면서 “앞으로 10~20년은 농업이 가장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농업인, 생산자 단체, 지방정부가 농정협력을 강화해 농업 농촌 발전의 베이스캠프를 높이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새롭게 다가올 제주농업의 미래에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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