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2)지방과 근육이 생명을 지킨다
인체의 신비-(2)지방과 근육이 생명을 지킨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2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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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지방과 근육, 이 두 개의 단어에서 무엇을 연상할 수 있을까? 지방은 ‘기름덩어리’, 근육은 ‘몸을 움직이는 장치’라고 생각할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최근 연구결과로 완전히 뒤짚어지고 있다. 지방과 근육은 온몸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별한 물질을 방출하며, 생명에 연관되는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는 것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우리들 신체에서 어느 부위에 어느 만큼의 지방과 근육이 붙어 있을까?

이에 대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얻은 데이터가 있다. 체중 56㎏인 여성인데, 지방이 약 18㎏, 근육이 약 21㎏으로 나타났다. 두 수치를 합하면 약 40㎏이 된다. 지방과 근육을 합한 무게 가 체중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과 근육이 이를테면 ‘인체의 최대 장기(腸器)’ 라고 할 수 있겠다.

지방은 단순히 ‘기름덩어리’라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지방세포’라 불리우는 살아있는 세포가 무수히 모여 있는 것이다.

최신 연구결과를 보면 이 지방세포가 놀랍게도 온 몸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물질 즉 ‘메시지 물질’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구나 이 메시지는 뇌의 작용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지방위축증’인데,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지방세포가 없는 특별한 증상이다. 따라서 아무리 먹어도 식욕이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 건강한 사람 체내에서는 지방세포에 앞서 얘기한 중성지방이 축적됨에 따라서 ‘렢틴(leptin)’이라는 메시지 물질을 방출한다. 이 물질은 이른 바 ‘에너지가 충분히 쌓여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면 뇌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돼’라고 판단해서 식욕을 억제하는 지령을 내린다. 이렇게 렢틴이 우리들의 식욕을 콘트롤하는 것이다.

근육 세포도 여러 가지 메시지 물질을 방출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초로 발견된 것이 ‘미오스타틴(myostatin)’이다. 근육은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면 신체의 에너지를 낭비시킨다. 그러므로 근육세포에 미오스타틴을 방출해서 ‘증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해도 한없이 근육이 증가하지 않는 것은 여기에 있다.

근육이 내는 메시지 물질을 총칭해서 ‘마이오카인(myokein)’이라고 하며, 미오스타틴 외에도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운동했을 때 근육에서 나오는 ‘카텦신(cathepsin)B’라는 메시지 물질이다. 이것은 뇌에 작용해 기억력을 높이는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지방세포에 축적된 지방이 증가할수록 식욕을 억제하는 렢틴을 많이 방출하게 돼 식욕이 억제돼야 할텐데 왜 과식하게 될까? 그 이유는 과식하는 사람의 체내애는 렢틴이 나와도 메시지가 뇌에 올바르게 반응하지 않는 ‘렢틴저항성’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하고 있는데, 아직 그 이유는 해명되지 않고 있다.

비만한 상태가 계속되면 드디어 ‘대사성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 나타난다. 증후군인 사람의 경우 체내 변화에 대해 지방세포는 ‘적이 왔다’라는 경고를 전달하는 메시지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게 잘못 방출된 것이다. 이 메시지를 받은 면역세포는 활성화돼 스스로도 ‘적이 왔다’라는 바르지 못한 메시지를 퍼뜨린다.

이렇게 맹렬히 활동하는 면역세포가 결국 돌연사를 초래하는 동맥경화나 심근경색을 일으키며 나아가 당뇨병 등 여러가지 질병을 생기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역세포의 ‘맹렬한 활동’을 어떻게 하면 저지할 수 있을까? 그 열쇠가 다름 아닌 근육이 방출하는 메시지 물질에 있다고 말하는 연구자가 있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방출되는 메시지 물질 ‘IL-6’이 면역의 맹렬 활동을 저지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움직이면 에너지를 소비해서 과잉으로 존재하는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와 혈류(피의 흐름)를 좋게하는 효과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 외로 메시지 물질을 방출하면서 ‘신체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한다’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기능에 대한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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