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살고 싶은 곳인가? 살기 좋은 곳인가?
제주도, 살고 싶은 곳인가? 살기 좋은 곳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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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제주한라대 외식산업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최근 제주도가 직장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로 선정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1462명을 대상으로 ‘꼭 살아보고 싶은 꿈의 도시’에 관한 설문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2.0%가 제주도를 꼽았다. 2위 강남(12.0%), 3위 부산(4,9%) 순이었다. 제주도가 서울의 강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1위와 2위 응답 차가 약 2배 정도 나는 걸 보면 직장인들이 얼마나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정취를 가진 제주도는 각박하고 치열한 도시 생활에서 상처 입은 삶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곳이리라.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살고 싶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이냐 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제주도의 미분양 주택은 1339건으로 한 달 만에 12.5%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월 735건에 비하면 1년 새에 2배 가까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도의 집값 상승률은 몇 년 새 전국에서 단연 최고치에 달해 제주도에서 내 집 장만의 꿈은 말 그대로 꿈만 꿔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실제 필자가 아는 지인 중 한 명은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가 집값이 상상외로 비싸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관사에서 몇 년 째 생활을 하면서 제주도에서 살아야 할지, 떠나야 할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지인은 몇 년간 살다가 집값이 너무 비싸서 제주도에서 정착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또한 집을 구한다고 해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도 큰 문제이다. 제주도가 관광도시이다 보니 관광 관련 산업 및 회사의 일자리만 많을 뿐,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삶의 터전을 잡기가 매우 힘들다. 제주도 근로자의 평균 임금 수준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제주도에 순탄하게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육지로 되돌아가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을 제주도민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가 또한 도서의 특성인 추가 물류비용과 관광지 프리미엄 탓에 비싸고, 체감물가와 지표상 물가 간의 괴리감이 커서 제주도로 이주 온 주변 사람들이 물가가 비싸서 놀라워하는 것을 자주 접했다.

교통은 또 어떠한가?

보행자든 운전자든 제주도에서 길을 다니는 것은 스트레스 중 하나이다. 필자는 물론 제주도에 정착한 주변 지인들이 의외로 교통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횡단보도를 무서워서 못 건너가거나, 4차선에 신호등이 없어 차와 사람이 엉켜서 각자 알아서 눈치껏 가야만 하는 위험한 상황에 황당했다거나 등이다. 이렇다 보니 혹자에게서 제주도 와서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게 습관이 돼 버렸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으며, 교통 상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주변인도 보았다.

그리고 최근에 필자가 제주도의 버스 중앙차로제에 대해 도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버스중앙차로제의 시행으로 교통 체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하는 도민들을 많이 보았다. 실제로 필자도 제주도의 버스중앙차로로 운행하고 있는 버스들을 관찰해 보았을 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버스들이 운행하고 있어, 과연 버스 중앙차로제가 효과는 있는 것인지 오히려 버스 중앙차로제로 인해 교통 체증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끝으로 필자의 생각을 요약하면 살고 싶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살고 싶은 로망의 지역에 와서 살다가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생활하기 힘들어 떠나버리면, 그 지역은 로망이 아니라 실망이고 악몽이 돼 버린다. 살고 싶어서 이주해 왔는데 상상하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돼서 살기 좋은 곳이 되면 그 지역은 이주자에게 꿈의 지역이 된다.

삶의 위안을 받고 삶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제주도 정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주도가 살고 싶은 곳이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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