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전 단상(斷想)
전국소년체전 단상(斷想)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8.05.23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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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벽두부터 학원 체육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동안 5월 말~6월 초 열리던 전국소년체육대회를 방학 중에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명목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이었다.

결국 그 해 전국소년체전은 유례없이 8월에 개최됐다. 다행히 개최지인 대전의 경우 태풍 등의 영향으로 비 날씨가 이어지면서 그럭저럭 사고 없이 넘어갔지만 체전기간 내내 현지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폭염 속으로 내몰았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일선 지도자와 학부모 등으로부터 불만이 집중되면서 곧바로 이듬 해부터 다시 5월 개최로 환원됐다.

올해 전국소년체전(26~29일)이 코 앞에 다가선 가운데 제주체육 꿈나무들의 현실에 대한 보도를 접하며 한참 지난 이 같은 해프닝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난해 제주도교육청의 학교 운동부 지원액은 54억8140만원으로, 수치상으로 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52%에 해당하는 28억4800만원이 운동부 지도자 인건비여서 운동시설 등 인프라 구축, 신규 종목 개발·지원, 비인기 종목 지원 등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선에서의 ‘제주 엘리트 체육의 발전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상당부분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학습권 보장’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학생 선수들에게도 공부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주지역에서 초·중·고 연계 육성의 부재로 운동을 포기하거나 어린 나이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일은 없는지, 전국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의 개최지로 선정돼 부랴부랴 팀을 급조했다가 우야무야 사라지지는 않는 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체육 특기자가 아니면 내신과 수능으로 대학을 가야하는 현실에서 운동선수가 일반 학생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자체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연계 육성의 경우 단순히 제주도체육회와 제주도교육청만이 아니라 지역 거점 대학인 제주대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지역의 커다란 숙제다.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선진국형 스포츠 문화를 만들겠다며 출범한 주말리그는 그 자체의 긍정적인 면과 함께 ‘주말 휴식까지 빼앗아버린다’는 딜레마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복잡한 여건 속에서도 제주도선수단은 지난 18일 결단식을 갖고 ‘내 고장의 명예와 긍지를 드높일 것’을 다짐했다.

이날 제주 체육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선수단을 격려하고 지원을 다짐했지만 사실 종합순위도 없는 전국소년체전은 도민들의 관심사에서 우선순위가 크게 밀린다.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무관심에 묻히고 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본격 시작된 첫 주말에 열리는 올해 대회는 관심의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다.

청소년의 달인 5월, 학교와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친구들이 즐거운 체험학습과 휴식으로 재충전하는 동안 제주체육 꿈나무들은 전국소년체전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땀을 흘려왔다. 이들은 한편에서는 환희 어린 승전보를 전해오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하며 짐을 챙길 것이다.

전국소년체전이 목전에 다가선 지금 이들 어린 선수들을 바라보며 생각이 많다. 결과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제주를 위해 땀 흘린 어린 선수들과 지도자들에 대한 격려 한마디가 아쉬운 상황이다. 나가본 사람만이 격려 전화 한 통,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하나의 위력을 안다.

전국소년체전을 계기로 결과에 대한 기대만이 아니라 제주의 체육 꿈나무들이 마음껏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지역사회에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청북도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에 제주도선수단은 선수와 임원 등 모두 646명이 29개 종목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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