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빛 바다 만끽하는 길…서우봉 정상 풍광도 장관
옥빛 바다 만끽하는 길…서우봉 정상 풍광도 장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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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제19코스(조천-김녕올레)/앞갯물~해동포구 3.2㎞
해상스포츠를 즐기는 모습.

[제주일보]  # 함덕해수욕장

바다 속 하얀 모래에 반사한 햇빛이 물빛을 밝게 빛나게 하는 함덕해수욕장.

‘올린여’와 무지개다리로 이어진 코지 때문에 해변을 양분하는 구조다.

한반도의 바위가 부서져 이루어진 모래와는 달리, 조개껍질이 부서져 이루어진 이른바 패사층 모래는 여기저기 드러난 현무암과 대비가 되어 유난히 희게 보인다.

함덕해수욕장은 1983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전국에 널리 알려져, 사시사철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많은 시설과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어 관광도시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3때 군경의 주둔지여서 그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총살당한 흔적이 가뭇없이 사라진 백사장엔 아직 5월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과 윈드서핑을 접목한 것 같은 도구를 이용해 물 위를 마음대로 질주하며 벌이는 두 사람의 쇼를 보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나가다 ‘함덕포 전적지’라는 표지석이 있어 내용을 살펴보니, ‘삼별초 항쟁 때 여원(麗元)연합군이 상륙한 곳’인데, ‘삼별초가 점거해 있던 제주도에 1273년(원종14) 4월 여원군이 상륙전을 감행할 당시, 원수 김방경(金方慶)이 먼저 좌익군을 비양도에 상륙시켜 명월포를 공격할 것처럼 유인하고 나서 중군을 이곳으로 상륙시켰다. 이 양동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여원군은 그 기세를 타 삼별초를 기습공격해 쉽게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서우봉 일제진지동굴.

# 산책로가 나있는 서우봉

‘서우제당’이란 현판을 단 신당(神堂) 앞을 지나 서우봉으로 향한다.

함덕리와 북촌리 경계에 위치한 서우봉은 표고 111.3m, 비고 106m, 둘레 3493m의 나지막한 오름으로 마을 사람들은 ‘서모봉’으로 부르길 좋아한다.

2개의 봉우리가 솟아있는 원추형 화산체인데, 바위가 노출된 남쪽 봉우리를 ‘남서모’, 분석구인 북쪽 봉우리엔 ‘서산봉수’가 자리했대서 ‘망오름’이라 부른다.

지금은 마을에서 오름 일대에 산책로를 만들었다. 서모 정상 서쪽 제1숲길로 정상을 끼고 돌아 굴물과 제2숲길을 거쳐 북촌으로 내리는 길, 또 망오름 주변과 낙조전망대를 거치는 길 등 여러 코스이다.

그 중 올레 19코스는 두 봉우리 사이 방향으로 올라 능선에 오르기 전 왼쪽으로 빠져 낙조전망대를 거쳐 바닷가 쪽 북촌리 해동마을로 내려간다.

한때 서북쪽 해변이 있는 산비탈 계단식 밭에는 유채를 심어 사진 촬영 명소로 이름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올레길을 오르며 보는 바다풍경은 감탄사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오른쪽 제1숲길로 가면 일제진지동굴이 여럿 남아있는데, 붕괴 위험에 직면한 곳도 있다. 이제 망오름 정상에서 해마다 1월 1일에 일출제가 열리면서, 새로운 일출명소로 진화하는 중이다.

# 서우낙조와 서산봉수

왼쪽으로 난 숲길을 걸어가면 서쪽으로 트인 곳이 있는데, 거기 함덕리 서우봉지킴이들이 세운 ‘서우낙조(犀牛落照)’ 안내판이 있다.

영주10경의 하나인 ‘사봉낙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이곳 해질녘 풍경은 눈앞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직접 보지 않고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저녁 무렵/ 서우봉 아래 바다는/ 은하수 길 길게 열려/ 지는 해 쏟아 놓은/ 은빛 배설물 고운 빛이/ 물결에 부서진다// 수평선 맞닿은 하늘/ 넓게 드리운 시뻘건 불기둥/ 활활 타오르며, 둥근 해/ 삼키려 한다// 온종일 달려드는 바람/ 굶주린 들짐승 마냥 혀 낼름이는/ 작은 파도 조각들 뒤로 한 채/ 깊은 파도 조각들 뒤로 한 채/ 깊은 낭떠러지로 빠져드는 저녁 해/ 빠알간 피 토해내며/ 몸을 감춘다’ -이승익 ‘서우봉 일몰’ 모두

 

그곳에 나와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조천진 소속의 서산봉수가 자리해 있다. 동쪽으로 7.5㎞ 거리의 입산봉수, 서쪽으로 7.6㎞ 떨어진 원당봉수와 교신했으며, 별장 6명, 봉군 24명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 서우봉 일제진지동굴

그곳에서 탁 트인 바다와 다려도, 그리고 북촌마을을 바라보며 천천히 내려오는데, 화살표 모양의 붉은색 안내판이 서 있다. 등록문화재 제309호 ‘북촌리 서모봉 일제 동굴 진지’가 가까운 거리에 있단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의 ‘결7호 작전’에 따라 연합군 함정에 공격을 감행하려고 어뢰정을 숨겨놓기 위해 파놓은 인공굴이다.

이런 시설은 바다 쪽을 향해 열려 있는 오름들, 이를테면 성산일출봉, 삼매봉, 송악산, 별도봉 등지의 오름 기슭에 주로 남아있고, 그 외로도 진지구축을 위해 파놓은 동굴은 숱하게 많다. 이곳 서우봉에도 20여 개의 동굴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이곳은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 해동포구와 마을

서우봉에서 내려와 맞는 아치형 다리의 조그만 포구와 해동마을. 그곳에 새겨놓은 설촌 내력이 인상적이다. ‘해동마을’은 북촌리의 7개 자연부락 중 하나로 서우봉 기슭에 삶의 터전을 이룬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었다. 옛 지명이 ‘허댕이’인데, 1910년경부터 ‘비취빛 물결 일렁이는 바다마을’이라는 의미로 ‘해동(海洞)’이라 바꾸었다 한다.

북서풍을 막아주는 서우봉과 풍부한 수산자원의 보고인 다려도와 닷거리해안, 우왕물, 생이고냥물 등 곳곳에 양질의 용천수가 있어 천혜의 조건을 지닌 마을이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이씨, 윤씨, 공씨들 중 성주이씨 가문에는 조선시대에 벼슬을 한 분이 더러 있다고 한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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