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서의 취미 예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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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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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걷는나무, 2018)

[제주일보] 십여 년 전 부모님이 중국 시안(西安) 여행을 가셨다가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서 현지 병원 응급실에 가신 적이 있었다. 당시 베이징에 살고 있었던 나는 서둘러 달려가서 현지 의료진의 설명을 들어보니 뇌경색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이 상태로 장시간의 비행기 탑승은 환자에게 대단히 위험하다는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죽더라도 돌아가서 죽겠다’는 어머니의 고집에 심야에 귀국해서 바로 한 대형병원에 갔었다.

중국 병원에서 준 진단서와 CT 사진 등을 의료진에게 보여 주니 그것만으로 뇌경색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했다. 하긴 CT 사진 속의 머리 크기가 탁구공 만한 정도라 문외한인 필자가 보아도 그 사진을 근거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다시 촬영을 해서 판독한 결과, 뇌경색은 아닌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의 색다른 진료가 시작되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어머니의 머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기도 하는 등 처음에는 아픈 환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가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었다.

최종 진단 결과는 전정신경염(귀 속 평형기관에 생긴 염증). 귓속에 생긴 염증을 뇌경색으로 알고 머나먼 이국타향에서 호전될 때까지 진료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 경험을 통해서 예전에는 단순하게 X-Ray나 찍는 분야로만 생각하던 영상의학과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미의 영혼_ (X-Ray Art 수록 작품)

그 X-Ray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 놓은 분이 있다. 얼마 전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소개할 때 언급한 바 있는 정태섭 교수이시다. 현재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EBS 명의’ 선정 대한민국 최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이다. 십여 년 전에는 MBC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방영했던 ‘아하! 그렇구나’를 진행하기도 한 ‘괴짜의사’로도 유명한 분이다.

엉뚱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2006년 10월의 늦은 밤 한 TV에서 소개된 기형도 시인의 시에서 또 하나의 엉뚱한 생각을 떠올려서 탄생한 것이 우리나라 첫 번째 X-Ray Art 작품 ‘입 속의 검은 잎’이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각국의 아트페어에 초청되고, 초·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리는 등 X-Ray Art 아티스트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세계 화폐 수집, 별자리 관측 등 스무 가지가 넘는 취미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가 최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있게 나이 드는 인생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가진 ‘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걷는나무, 2018)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의 첫 머리인 ‘쉰셋, 무엇이든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에서 올해로 딱 그 나이인 필자에겐 묘한 설레임이 일었고 ‘재미있게 살자!’며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 책의 끝맺음에선 ‘이미 쉰’ 세대인 내 나이가 갑자기 좋아진다.

손에 한 번 잡으면 술술 잘 읽힌다. 다른 공부를 새로 시작하거나 전공이 안 맞아서 고민하는 젊은 학생들이나 이직을 준비하거나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은 일독 해보시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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