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 속에 우리문화 오방색
제주신화 속에 우리문화 오방색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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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심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논설위원

[제주일보] 5월에는 마지막 봄을 아쉬워하며 형형색색 꽃들이 유혹하듯 열정적으로 피워낸다. 오월은 축제의 계절로 축제를 알리는 빨강, 노랑, 파랑, 흰색 등 또 다른 오색물결이 인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오색물결의 색깔처럼 우리나라는 색상을 요소요소에 잘 파악해 사용한 감각적인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예로 우리나라 단청은 들판에 꽃을 보듯 초록색을 바탕으로 오방색을 조화롭게해 어두운 처마 밑을 밝은 기운으로 채워 넣었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초록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표현한다. 우리의 민족성은 자연에서부터 시작됐고 모든 색채 사용에도 자연의 법칙을 따랐다.

제주신화 중 천지왕본풀이 천지창조에서도 여기저기 색깔 이야기가 있다. 태초에 천지의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금이 없이 서로 맞붙고, 암흑으로 휩싸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혼돈 천지에 개벽의 기운이 돌기 시작해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생겨나고 땅덩어리에는 산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리곤 해 하늘과 땅의 경계가 분명해져 갔다. 동쪽에선 청구름, 서쪽에서는 백구름, 남쪽에선 적구름, 북쪽에선 흑구름, 그리고 중앙에선 황구름만 오락가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오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의 방위와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이런 신화 이야기가 있어도 늘 제주의 색으로 황토색, 검정색이 꼽힌다.

제주의 자연이 말해주듯 늘 푸른 초록색과 그 속에 생명력을 표현하는 데에는 이 오방색이 딱 맞는 색상 표현이다.

동쪽을 가리키는 청색은 풀에서 파생돼 청정한 생명력을 가지며 기쁨과 인(仁)을 의미하고 오신(五神)중에 청룡(靑龍)을 상징한다.

서쪽을 가리키는 백(白)색은 한자에서 날일 ‘日’자 위에 빛을 가리키는 한 획을 그어 태양이 매일 떠오르는 것처럼 ‘밝음’과 나아가 영원불멸을 상징하고, 오신(五神)중에 백호(白虎)를 상징한다.

남쪽을 가리키는 적색은 우리말에 ‘붉다’의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붉다는 ‘밝다’와 근본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닌다. 가락국의 건국신화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붉은 보자기’와 김수로 왕의 비가 된 허황옥이 바다 남서쪽에서 ‘붉은 기’의 돛을 달고 왔다고 표현하고 있어 붉은 빛은 하늘의 밝음으로 건국신화의 대표적인 색으로 표현된다. 적색은 신화 이야기 의미처럼 태양, 불, 피를 상징해 생(生)을 대표하는 색상으로 생명력이 있는 색이며,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나타낸다. 계절로는 여름을 나타내고 즐거움을 뜻하며, 예(禮)를 뜻하기도 한다.

북쪽을 가리키는 흑색은 ‘黑’한자처럼 그을려서 생긴 검은 색을 의미하며 오신(五神)으로는 현무(玄武)를 뜻한다. 황색은 우주의 중심에 해당되고 오색과 방위의 중심을 나타낸다. 단군기에서도 천·지·인을 빨강, 노랑, 파랑 삼색으로 표현하여 천신인이 빛에서 나온다고 했으며 삼색 빛이 하나로 합쳐지면 백색이 되어 빛으로 해석한다. 우리민족을 일컬어 백의민족이라 일컫는 것도 흰색이 아닌 빛을 사랑하는 민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천지왕 본풀이에서 오방색이 등장한다는 것은 제주신화가 한국 이미지 원형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는 오랫동안 변방이며, 큰 죄를 짓고 들어오는 유배지였지만 지금은 관광과 힐링의 아이콘이다.

세계적인 관광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국제적으로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제주의 자연관광과 더불어 문화콘텐츠의 활성화가 볼거리는 물론 살거리 체험거리까지 마련 될 수 있다. 한국 이미지 원형을 품고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제주신화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제주를 또 다른 문화콘텐츠의 메카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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