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초 계획도시, 하늘의 이치까지 담아
인도 최초 계획도시, 하늘의 이치까지 담아
  • 제주일보
  • 승인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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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41)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14>-자이푸르②
자이푸르의 대표적 건축물인 ‘하와마할’. 과거 후궁들의 궁전으로 일명 ‘바람의 궁전’이라고 불린다. 벌집과 같은 형태의 창살에 바람이 잘 통하는 격자형 창문들이 줄지어 이어진 형태로 지어졌다.

[제주일보] 자이푸르에는 옛 수도 암베르 포트(암베르 성)를 비롯한 여러 개의 성들이 있고, 현재의 자이푸르에도 찬다르 마할 등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들이 많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궁전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어느 하나를 집중적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핑크빛 로맨스로 유명한 자이푸르 마하라자들이 거주하는 궁전단지를 찾았습니다.

자이푸르는 무사이자 천문학자였던 왕 마하라자 자이 싱이 설계해 세운 인도 최초의 계획도시로 ‘승리의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굴 제국의 쇠퇴기인 1727년, 자이 싱은 고대 힌두교 건축 서적인 ‘실파 샤스트라(Shilpa Shastra)’에 따라 우주의 행성을 의미하는 9개의 직사각형 블록으로 도시를 구획했답니다.

도시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분홍색으로 칠한 건축물과 담벼락입니다. 1876년 마하라자 싱은 영국의 황태자 에드워드 7세를 환대하기 위해 도시 건축물들의 색상을 새로 칠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업자가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를 확보할 수 없자 모든 벽면을 핑크색으로 칠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핑크색은 라자스탄 문화에서 환영을 뜻하는 모든 것과 연결됐고 오늘날에도 시내의 가정은 외관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는군요. 그 덕분인지 도시는 ‘핑크시티’란 별칭을 얻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 18세기에 지어졌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16개의 관측장비를 가지고 있다.

핑크시티의 중심부는 아직도 동화 속 궁전을 방불케 합니다. 6m 높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는 정연한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돼 있습니다.

이 도시의 대표적 건축물은 일명 ‘바람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후궁들의 궁전 ‘하와마할’입니다. 이곳은 당시 바깥 출입이 쉽지 않았던 여성들을 위해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서는 거리와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900개가 넘는 작은 창문을 벌집과 같이 촘촘히 만들었습니다. 이는 크리슈나 신이 머리에 쓴 왕관을 본 따서 만든 것이라네요.

벌집과 같은 형태의 창살에 바람이 잘 통하는 격자형 창문들이 줄지어 이어진 형식으로 지어져 바람의 궁전이라 불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궁전 벽은 밖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궁전 반대편에 있는 가게 옥상을 올라 갈 수 있다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올랐더니 주인이 너무 반갑게 맞이합니다.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까지 안내하길래 ‘이게 무슨 일이지? 혹시 돈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하고 은근히 걱정하며 사진을 찍었지요. “저 궁전 모습은 이곳에서 보는 게 가장 좋다”며 주인이 너스레를 떠는데 마침 일행들이 올라옵니다. 덕분에 염려했던 걱정거리가 사라졌지요.

사진을 다 찍고 나오려는데 주인이 또 붙잡습니다. 가게에서 인도 전통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맛이 최고라며 먹어보라고 권하네요. ‘그럼 그렇지 공짜가 어디 있겠냐’ 싶었지만 마침 목도 마르던 터라 집어들어 봅니다. 그런데 몇 입 맛을 보니 이게 참 꿀맛입니다. 그동안 먹어봤던 아이스크림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군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자 주인이 아주 흐뭇해합니다.

빵빵거리는 차량 사이를 이리저리 돌며 길을 건너 궁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학생들이 무리지어 나옵니다. 궁궐단지 안에 학교가 있는 모양이네요. 지난번 치토르가르에서 학생들을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아이들의 눈망울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구(舊) 시가, 그러니까 궁궐단지 안에는 유적이 많은데 주요 유적으로는 도시의 상징이자 왕족 일가의 거주지인 찬다르 마할과 1799년에 건축된 5층 규모의 궁전인 하와마할, 현재 호텔로 쓰이고 있는 타지 람바그 궁전, 나하르가르 요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8세기 천문관측소인 자이푸르 잔타르 만타르 등이 있다고 합니다.

잔타르 만타르는 자이푸르를 세운 마하라자 자이 싱에 의해 이 지역의 돌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왕은 천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 자신이 직접 설계한 천문학 관측소를 자이푸르와 델리, 바라나시 등에 세웠다고 합니다.

자이푸르 관측소는 아직도 건재합니다. 16개의 관측장비를 가지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해시계로 알려진 삼랏 얀트라(Samrat Yantra)도 있습니다. 이 해시계는 살짝 기울어져 있는데 자이푸르의 위도인 27도에 맞춰진 것이랍니다.

궁궐단지 안에 학교가 있는 지 학생들이 무리지어 나오고 있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무척 아름답다.

마침 일행 중 이쪽 방면에 관심이 많은 한 선생님이 해시계와 지금의 시계를 비교해 봤는데 큰 차이가 없다는군요.

가이드가 인도는 건축예술 뿐만 아니라 그 옛날부터 천문학에도 대단한 지식를 가지고 있었다고 자랑합니다. 듣고 보니 자랑할 만도 하네요.

이제 이번 서인도 여행을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첫 인도 여행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 길이 끝난 뒤 또 어떤 길에 서 있을까요.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먼 길을 걷든 아니면 짧은 길을 걷든 다시 떠날 것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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