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예찬
보리예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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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희. 제주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담당

[제주일보] 오는 21일은 보리알이 통통하게 살찌는 절기 소만(小滿)이다.

예전에 보리는 매우 중요한 식량이었다. 초여름에 거둬들여서 쌀이 나오는 가을까지 밥을 지어 먹었던 소중한 서민 식량이다. 보리는 가루를 내어 된장 담글 때 쓰고 싹을 틔워 엿기름을 내어 식혜나 조청, 엿을 만들어 먹었다.

겉겨 째로 볶아서 보리차로, 가루를 내어 미숫가루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맥주나 양주의 원료로도 쓴다.

동의보감에서는 ‘오곡지장(五穀之場)’으로 예찬된다. ‘곡류의 왕’이란 뜻이다. 사실 보리는 그 약효나 영양가에 있어서도 쌀이나 밀가루보다 훨씬 앞선다. 본초강목에는 보리가 피 속의 독기를 풀어줘 피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혈액을 젊게 하고 얼굴색을 곱게 한다고 했다. 또한 심장질환을 낫게 하고 피 속에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해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건강식품이다.

한동안 쌀에 밀려 푸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근래에 들어서 꽁보리밥이나 보리죽 등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나간 시절의 향수이기도 하겠지만 워낙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각광받게 된 것이다.

옛날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는 부자들도 흰쌀밥만을 먹지 않고 보리를 30% 가량을 섞어 먹었다고 한다.

가난한 농민들은 보리밥조차 못 먹고 있다는 걸 아는 염치, 보리는 건강에 이로운 것이란 생각, 그리고 풍요는 절약하는 데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생활철학이 배어 있어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두와 초록이 제주도를 상큼하게 물들인다. 그중 으뜸은 보리! 가파도 청보리 축제는 끝났지만 오라동 청보리 축제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오라동 산76번지 일대에서 진행된다. 드넓은 들판 위에 한없이 펼쳐지는 초록의 물결은 일상에 지친 심신을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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