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서로 고리되어
서로서로 고리되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2.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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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 부부의 이혼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에서는 부부의 이혼에 따른 자녀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자녀 입장에서 어느 부모와 지내는 것이 좋은지, 또 헤어져 있는 부모와 이별의 경험을 최소화해 정서적 연결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면접교섭의 권리를 위해 가사상담을 접목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육비, 면접교섭, 이행명령, 성본 변경, 친양자 등 이혼 후 사건도 가사상담에 의뢰된다. 이 경우 대부분의 부부는 이혼을 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이혼 당시 가졌던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자녀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아이를 만나는 면접교섭 시간을 어떻게든 핑계를 대서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기 일쑤다.

또 면접교섭이 안된다며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양육비 안 준다며 법원에 이행명령 신청하거나, 또 부모 노릇 못한다며 친권·양육권 변경을 신청하거나….

부부가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깊을수록 그 피해는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래서 이혼 후 소송의 가사상담은 훨씬 더 집중이 요구된다.

부부가 이혼을 결정하고 협의·조정·재판으로 이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의 정서적 안정을 살피는 가사상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9년 무렵인데 이 상담의 출발은 자녀이다. 그래서 당시 법원 내 놀잇감이 있는 놀이상담실이 마련됐다. 자녀를 포함한 상담이 시작된 것이다.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누구보다 이혼을 진행하는 부모의 우려가 가장 컸다. 부모 자신이 이혼을 진행하면서도 자녀들은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평생 살아도 법원이란 곳에 갈 일이 별로 없는 인생이 대부분인데 법원에 아이들을 데려와야 한다니…. 그렇다고 이미 골이 깊어진 부부 간의 갈등을 모른 체 할 수는 없고…. 난감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들 했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가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심리전문가를 가사상담위원으로 위촉했다.

가사상담위원은 부부가 선택한 갈등 해결의 방법인 이혼이 가족의 파괴나 단절이 되지 않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자녀의 심리적 어려움을 돌보면서 이혼 후에도 한 쪽 부모와 이별하지 않도록 하는 면접교섭의 실제를 법원 상담실에서 가족과 함께 진행하는 길잡이·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혼은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부모는 이 선택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노력을 해야한다. 부모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면 자녀 역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가 없도록 해야한다.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건강한 이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법률전문가와 심리전문가들이 함께 가족들에게 법과 마음에 대한 안내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담위원이 진행하는 가사상담이다.

몰라서 못했고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부모가 돼버린 어른들에게도, 어른들의 선택을 숨죽여 따를 수밖에 없던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은 참 귀한 시간이 된다.

이러한 가족의 심리적 돌봄과 나눔을 하는 법원은 울타리가 높은 성역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는 곳이다. 가족들이 품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후견적 역할을 하는 이웃 공간이다.

미처 돌보지 못한 내 안의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날이 선 가시가 돼 자신을 찌르거나 주위 사람을 찔러 아프게 한다. 결국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가 아프면 다 같이 아프기 마련이다.

서로서로 연결된 고리라는 마음으로 아픔이 아픔을 알아보고 따뜻한 손을 건네며 인사 나눌 때 우리의 존재는 더욱 뚜렷해진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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