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로 걸어야 하는 제주시 보행환경
차도로 걸어야 하는 제주시 보행환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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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흔히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민과 걷는 시민의 생각은 충돌한다. 운전자는 보행자가 빨리 걷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 짜증이 나고, 보행자는 자동차가 좀 여유 있게 기다려주지 않고 성급하게 통과하려 하면 화가 치밀기 일쑤다. 같은 시민이라도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보행할 때의 생각이 이처럼 엇갈린다.

그만큼 보행권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낮다는 얘기다.

보행권이란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공간에서 걸을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된다. 헌법상 인간의 행복추구권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환경권 등과 관련된다. 보행권은 헌법적 의미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보행권 확보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유동인구가 많은 제주시는 더욱 그렇다. 횡단보도에서는 차량에 위협받고 길거리 보도에서는 이런저런 장애물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곳이 수두룩하다.

제주시 아라동 아라초등학교 맞은 편 인도의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인 이곳에 설치된 변압기가 인도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을 통행하는 어린이들은 변압기를 피해 차도로 내려가기 일쑤고, 그대로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제주시 일도1동 오현단 인근 도로에는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가로등과 전봇대가 절반가량 차지하면서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공간만 남아 있다.

제주시 이도2동 제주동여자중학교 북쪽 인도는 대부분을 클린하우스가 차지해 클린하우스 뒤쪽으로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공간만이 남아 있다. 이 인도는 성인 한 명이 통행하기에도 비좁은 상태다.

보행권은 단순히 국민에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적극적으로 이를 보호하고 보장해야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한 인식으로 제주시의 도로변 인도를 한 번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들이 비일비재하다. 주차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로에서 인도로 옮겨온 자동차들이 보행자들의 정상적인 보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다.

인도 주변 상가들도 보행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됐다. 물건을 쌓아두거나 아예 좌판을 늘여놓는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 입간판이나 전시대를 인도에 내려놓기 일쑤다. 지금 제주 시내에 인도가 없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실제 시내를 걸어보면 짜증부터 나는게 현실이다. 대형입간판, 가구, 쓰레기, 자전거, 오토바이, 전자제품, 대형화분 등의 갖가지 적치물이 인도에 널려있다. 보행자가 알아서 적치물을 ‘피해다니는’게 일반화돼 있다.

오죽하면 인도대신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걸어갈까. 제주시는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보행정책을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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