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과 바닷물이 ‘나를 보라’ 손짓하는 포구길
돌담과 바닷물이 ‘나를 보라’ 손짓하는 포구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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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제18코스(조천-김녕올레)/관곶~앞갯물 3.0㎞
함덕리 용천수 물통들

[제주일보]  # 해녀의 길

등대를 지나 멀리 서우봉을 바라보며 바닷가에 난 길을 걷는다. 오른쪽에서 잘 정돈된 돌담이 아는 체를 하고, 왼쪽에서는 바닷물이 이쪽으로도 보라는 듯 속삭인다. 이 코지는 신흥리 지경인데 바다 속으로 많은 바위가 돌출해 있어 해산물이 많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해녀들이 물에 들어 가는 길이 시멘트로 곱게 포장 됐다. 그렇다면 바다 입구에 쌓아놓은 작은 돌탑들도 해녀들이 쌓은 것일까?

‘널른 바당 앞을 재연/ 한 질 두 질 들어 가난/ 칠성판이 왓닥갓닥/ 저싱질이 왓닥갓닥/ 이여도 사나 이여도 사나’ - 제주도 민요 ‘해녀노래’에서

하는 작업이 워낙 힘들고 위험해서 물에 들어 갈 적마다 ‘오늘 사고 없이 소망일게 허여줍서’ 하면서 하나씩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얼마 안 가 ‘불턱’이 나타난다. ‘불턱’은 물에 들었다 나와 불을 피워 허기지고 찬 몸을 녹이는 곳이자, 물질 요령이나 정보 교환을 하는 소통의 장이다. 이곳에서 영등굿을 하는지 ‘해신신위(海神神位)’라는 위패를 모셨고, 불을 피우는 곳도 두 군데다. 그곳을 지나니, 해녀탈의장 옆에 독특한 ‘헤엄치는 해녀상’도 만들어 세웠다.

신흥리 해녀 수영상

# 신흥리방사탑

코지가 바다 쪽으로 돌출해서 끝나는 부분은 바다가 육지로 쑥 들어온 느낌이다. 나오는 곳에 신흥백사장이 조그맣게 펼쳐지고 푸른 바다 속에 돌무더기를 세 군데 동그랗게 쌓아 올렸다. 해설판에는 ‘시흥리 바닷가에 두 개의 탑이 서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 쪽 방향이 허(虛)하다고 해서 남쪽과 북쪽에 하나씩 세웠다. 이 탑은 마을에 큰 재앙을 막아줄 것으로 믿고 세우게 되었다’라 썼다.

그러니까 원래 것은 바닷가의 2기인데, 근래에 바다 속에 더 쌓은 것 같다. 마을의 방사탑은 보통 ‘거욱’ 또는 ‘거욱대’로 불렀다. 마을 어느 한 편이 너무 휑하거나, 아니면 ‘엉’ 같은 보기 싫은 것이 비치는 방향에 사(邪)한 기운을 제하기 위해 돌로 쌓고 사람 모형이나 새의 형상을 만들어 세웠는데, 그게 학술적 용어로 ‘방사탑(防邪塔)’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아무튼 물속에 세운 것은 다른 곳에 예가 없어 도 민속자료 제8-10호로 지정됐다.

# 이팝나무 자생지, 실거리꽃

마을포구 맞은편 팽나무 옆에 ‘이팝나무 자생지’라는 팻말이 있어 가보니, 남쪽으로 매립하다 남은 바닷물이 고여 있고, 그 옆에 물 쪽으로 늘어진 수령 30년쯤 되어 보이는 이팝나무가 있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제주도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나무다. 본토에서는 흔한데 그 꽃이 ‘그릇에 소복이 담은 이팝(쌀밥)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제주에서도 가로수로 심어놓아 올해 북신로에서 꽃을 피운 이팝나무를 본 적이 있다.

그곳을 지나 다시 육지 쪽으로 유난히 노란 빛이 빛나는 꽃무더기가 있었는데 실거리꽃이다. 두 무더기가 제법 널리 퍼져있었다. 실거리나무는 콩과의 낙엽 활엽 덩굴성 관목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 섬 지방에 많이 분포한다. 예전에는 주로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잘라다 밭담에 돌과 함께 쌓았으며, 가시가 낚시바늘 처럼 굽어 옷의 실밥이 걸리면 좀처럼 떼기 힘들다.

오영수의 소설 ‘실걸이꽃’은 다음과 같은 제주의 전설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옛날 어느 외로운 바닷가 마을에 젊은 과부가 살았는데, 대처로 나가 옷감을 사고 돌아오다가 천보따리를 바다에 빠뜨려 그걸 건지려다 죽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과부의 넋이 실거리꽃이 되어 낚시바늘 같은 가시를 달고 옆에 얼씬거리면 옷을 걸어 당기고, 한번 걸면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제주대학교 해양연구소와 앞갯물

제주대 해양연구소는 해양의 실체와 그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관리방법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는 곳이다. 그러면서 또 쾌적하고 청정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 또한 해양 및 환경 분야의 우수한 인력양성, 국내·외 학술교류의 증진, 산·학 협동체제의 확립 등을 통해 해양과 환경에 관한 기초 및 응용적 학술연구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함덕해수욕장에 이르기 전 육지 쪽으로 쑥 들어와 있는 포구가 있는데, 지도에는 정주항으로 나와 있다. 이 포구 남쪽 지붕을 덮어놓은 곳이 앞갯물이다. 과거에는 수량이 풍부해 마을 사람들의 식수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함덕리에는 용천수가 의외로 많다. 소래물, 고도물, 시긍물, 홀물, 숫두물, 거롯물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제주의 용천수는 대수층을 따라 흐르다가 해안에 이르러 낮은 지대 암석의 틈새를 뚫고 흘러나오는 것이다.

함덕 해녀상

# 남방큰돌고래, 고향 바다의 품으로

정주항 포구 함덕해수욕장이 환히 내다보이는 방파제에는 ‘금등․대포 고향 바다의 품으로’라는 표석과 ‘보호대상해양생물 남방큰돌고래’라는 제목의 설명판을 세웠다. 남방큰돌고래는 최대 길이 2.7m, 무게 230㎏까지 자라는 돌고래로 평균 수명은 자연 상태에서 30~35세 정도인데, 놓아준 금등이와 대포는 23~26세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수컷인데, 1997년에서 1998년 사이 금등리와 대포리에서 어업용 그물에 걸려 불법 포획된 녀석들이었다. 잡힌 후 한동안 제주지역 돌고래 전시․공연장에 머무르다, 서울대공원 해양관으로 옮겨 15년여를 사육됐는데, 자연보호단체와 국민들의 요청으로 ‘제주 연안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 남방큰돌고래의 자연 개체수 회복을 기원’하면서 해양수산부와 서울시, 해양환경관리공단, 서울동물원 등이 공동주관으로 어렵게 공수해 바다 적응훈련을 마치고 지난해 7월 중순에 고향바다로 돌려보낸 곳이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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