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13>-자이푸르①-암베르 포트
[제주일보] 어제 밤 치토르가르 하늘을 한없이 날아다니는 이상한 꿈을 꾸었답니다. 그 옛날 라자스탄 여인들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속으로 뛰어들던 순간을 봤는지 못 봤는지 넓은 왕궁 위를 마치 수영하듯 팔을 휘저으며 날아다녔습니다.
다른 여행 때는 피곤한 탓에 꿈을 잘 꾸지 못했는데 치토르가르에 대한 기록을 보며 너무 가슴 깊숙이 생각을 했던지 요상한 꿈 속을 헤맸습니다. 비몽사몽에 일어나니 새벽녘입니다. 오늘은 ‘왕들의 땅’이라는 자이푸르에 있는 옛 궁전들을 돌아 볼 예정입니다.
자이푸르는 라자스탄주의 주도(主都)로 인구는 145만명입니다. 1727년 암베르의 통치자였던 사와이 자이싱(Swai Jai Sinqh ll·1693~1743)이 건설한 성벽도시로 ‘자이왕의 성’이라는 뜻이라는군요.
도시로 들어서자 자동차들로 꽉 들어차 사방에서 경적 소리가 요란스럽습니다. 가 볼 곳이 많아 서둘러야 한다는데 차는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인도에서는 우리의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가 봅니다.
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한참을 지나 차가 좀 달리나 싶더니 멀리 높은 바위산 위에 거대한 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곳이 바로 ‘하늘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암베르 포트랍니다. 자이푸르 왕국의 옛 수도로 현재의 자이푸르에서 약 11㎞ 떨어진 암베르의 바위산 기슭에 세워졌습니다.
바위산 아래 작은 도시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 성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걸어서 산을 오르던지 아니면 코끼리를 타면 됩니다. 큰 몸집의 코끼리가 산등성이를 오르는 게 힘들었던지 눈 주위가 촉촉히 젖었습니다. 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군요. 사진을 찍으며 그냥 걸어 올라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암베르 포트는 1600년에 마하 라자 만 싱(Raia Man Sinqh)에 의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위치했는데 지형을 잘 이용한 방어목적이 강한 성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모습은 스와이 자이 싱(Swai Jai Sin)에 의해 18세기에 완성됐다고 하네요. 붉은 사암과 흰 대리석을 사용해 힌두와 이슬람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는군요.
가파른 곳을 서둘러 걷다보니 숨이 차오르는데 어제 치토르가르에서 다친 곳이 쑤셔서 빨리 걸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서둘지 말자고 다짐을 했는데…. 또 성급하게 뛰어다니고 있네요. ‘그 버릇 어디 갈까’ 피식 웃음이 나네요.
아래서 볼 때는 꽤 가파르게 보였는데 막상 걷다보니 생각보다 쉽게 올랐습니다. 멀리 산등성이를 따라 마치 중국의 만리장성 같은 긴 성벽이 보입니다. 암베르 포트를 방어하기 위해 사방을 돌아가며 엄청 길게 쌓아올렸다고 하네요. 과연 그 길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마오다 호수와 무굴양식의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서쪽에 ‘달의 문(Chanb Pol)’이 보입니다. 이 문은 왕 이외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답니다. 동쪽의 ‘태양의 문(Surai Pol)’은 왕이 출입했다는군요.
몇 년 전 중국의 만리장성 중 가장 험준하다는 스마타이-진산링 장성에 갔을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성을 쌓지 않아도 이 높은 산에 적이 침범하기가 무척 힘들었을 텐데 왜 성을 쌓았을까?’
서 있기도 어려운 장성을 오르며 일행들과 이런 말을 했죠.
“험준한 산 위에 쌓은 장성은 방어용이라기보다는 마치 과시용 같은 느낌이다.”
암베르 포트도 높이가 상상 외로 높습니다. ‘그 옛날 이곳에 성을 쌓을 때 자재는 현지 조달했을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옮겨 왔을까?’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됐으며 완공까지는 과연 몇 년이나 걸렸을까?’ ‘자재는 어떻게 옮겼을까? 코끼리를 이용해 험준한 바위산을 올랐을까?’ 별별 상상을 해 봅니다.
어떻게 쌓았든 당시에는 대단한 노역으로 이뤄졌을 것이지만 현재 그 후손들에게는 찬란한 문화유산이 되고 있군요.
성 안으로 들어서서 넓은 광장인 잘렙 촉(Jaleb Chowk)을 지나자 가네쉬 폴(Ganesh Pol)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3층짜리 건물이 나옵니다. 왕의 접견실로 향하는 문이랍니다.
암베르 포트의 하이라이트는 ‘거울궁전’이라고 불리는 쉬시 마할(Sheesh Mahal)입니다. 이 궁전은 자체적으로 성벽을 쌓고 테라스와 정자들 갖추고 있으며 정원이 독특합니다.
궁 안으로 들어서니 방 전체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수놓아져 있는데 그 사이로 작은 거울을 촘촘히 붙여놓았습니다. 촛불 하나만으로도 온 방 안을 밝힐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암베르 포트는 여기저기 볼 것이 많다는데 넓은 성 안을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여러 볼거리 중 우아한 품위를 풍기는 실라 마다 사원은 궁궐 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 때 수천명의 참배객들로 붐볐던 이곳의 ‘어머니 여신상’은 라자 만 싱이 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가져와 모셔둔 것이랍니다.
작은 난간처럼 만들어진 궁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만큼 지쳤습니다. 목도 마르고 이젠 좀 쉬어야 겠군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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