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이슬람 건축 ‘콜라보’…인도판 ‘만리장성’
힌두·이슬람 건축 ‘콜라보’…인도판 ‘만리장성’
  • 제주일보
  • 승인 20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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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40)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13>-자이푸르①-암베르 포트
바위산 위에 올라 내려다 본 마오다 호수. 산등성이를 따라 방어용 성벽이 길게 쌓아져 있는데 마치 중국의 만리장성을 연상시킨다.

[제주일보] 어제 밤 치토르가르 하늘을 한없이 날아다니는 이상한 꿈을 꾸었답니다. 그 옛날 라자스탄 여인들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속으로 뛰어들던 순간을 봤는지 못 봤는지 넓은 왕궁 위를 마치 수영하듯 팔을 휘저으며 날아다녔습니다.

다른 여행 때는 피곤한 탓에 꿈을 잘 꾸지 못했는데 치토르가르에 대한 기록을 보며 너무 가슴 깊숙이 생각을 했던지 요상한 꿈 속을 헤맸습니다. 비몽사몽에 일어나니 새벽녘입니다. 오늘은 ‘왕들의 땅’이라는 자이푸르에 있는 옛 궁전들을 돌아 볼 예정입니다.

자이푸르는 라자스탄주의 주도(主都)로 인구는 145만명입니다. 1727년 암베르의 통치자였던 사와이 자이싱(Swai Jai Sinqh ll·1693~1743)이 건설한 성벽도시로 ‘자이왕의 성’이라는 뜻이라는군요.

도시로 들어서자 자동차들로 꽉 들어차 사방에서 경적 소리가 요란스럽습니다. 가 볼 곳이 많아 서둘러야 한다는데 차는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인도에서는 우리의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가 봅니다.

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한참을 지나 차가 좀 달리나 싶더니 멀리 높은 바위산 위에 거대한 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곳이 바로 ‘하늘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암베르 포트랍니다. 자이푸르 왕국의 옛 수도로 현재의 자이푸르에서 약 11㎞ 떨어진 암베르의 바위산 기슭에 세워졌습니다.

바위산 아래 작은 도시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 성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걸어서 산을 오르던지 아니면 코끼리를 타면 됩니다. 큰 몸집의 코끼리가 산등성이를 오르는 게 힘들었던지 눈 주위가 촉촉히 젖었습니다. 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군요. 사진을 찍으며 그냥 걸어 올라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늘의 성’이란 뜻을 지닌 암베르 포트는 자이푸르 왕국의 옛 수도로 현재의 자이푸르에서 약 11㎞ 떨어진 암베르의 바위산 기슭에 세워져 있다.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 형태의 정원들이 성 안 각처에 조성돼 있다.

암베르 포트는 1600년에 마하 라자 만 싱(Raia Man Sinqh)에 의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위치했는데 지형을 잘 이용한 방어목적이 강한 성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모습은 스와이 자이 싱(Swai Jai Sin)에 의해 18세기에 완성됐다고 하네요. 붉은 사암과 흰 대리석을 사용해 힌두와 이슬람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는군요.

가파른 곳을 서둘러 걷다보니 숨이 차오르는데 어제 치토르가르에서 다친 곳이 쑤셔서 빨리 걸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서둘지 말자고 다짐을 했는데…. 또 성급하게 뛰어다니고 있네요. ‘그 버릇 어디 갈까’ 피식 웃음이 나네요.

아래서 볼 때는 꽤 가파르게 보였는데 막상 걷다보니 생각보다 쉽게 올랐습니다. 멀리 산등성이를 따라 마치 중국의 만리장성 같은 긴 성벽이 보입니다. 암베르 포트를 방어하기 위해 사방을 돌아가며 엄청 길게 쌓아올렸다고 하네요. 과연 그 길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마오다 호수와 무굴양식의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서쪽에 ‘달의 문(Chanb Pol)’이 보입니다. 이 문은 왕 이외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답니다. 동쪽의 ‘태양의 문(Surai Pol)’은 왕이 출입했다는군요.

몇 년 전 중국의 만리장성 중 가장 험준하다는 스마타이-진산링 장성에 갔을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성을 쌓지 않아도 이 높은 산에 적이 침범하기가 무척 힘들었을 텐데 왜 성을 쌓았을까?’

서 있기도 어려운 장성을 오르며 일행들과 이런 말을 했죠.

“험준한 산 위에 쌓은 장성은 방어용이라기보다는 마치 과시용 같은 느낌이다.”

암베르 포트도 높이가 상상 외로 높습니다. ‘그 옛날 이곳에 성을 쌓을 때 자재는 현지 조달했을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옮겨 왔을까?’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됐으며 완공까지는 과연 몇 년이나 걸렸을까?’ ‘자재는 어떻게 옮겼을까? 코끼리를 이용해 험준한 바위산을 올랐을까?’ 별별 상상을 해 봅니다.

어떻게 쌓았든 당시에는 대단한 노역으로 이뤄졌을 것이지만 현재 그 후손들에게는 찬란한 문화유산이 되고 있군요.

성 안으로 들어서서 넓은 광장인 잘렙 촉(Jaleb Chowk)을 지나자 가네쉬 폴(Ganesh Pol)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3층짜리 건물이 나옵니다. 왕의 접견실로 향하는 문이랍니다.

다른 지역 궁과는 달리 암베르 포트는 중앙에 넓은 광장과 정원이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암베르 포트의 하이라이트는 ‘거울궁전’이라고 불리는 쉬시 마할(Sheesh Mahal)입니다. 이 궁전은 자체적으로 성벽을 쌓고 테라스와 정자들 갖추고 있으며 정원이 독특합니다.

궁 안으로 들어서니 방 전체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수놓아져 있는데 그 사이로 작은 거울을 촘촘히 붙여놓았습니다. 촛불 하나만으로도 온 방 안을 밝힐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암베르 포트는 여기저기 볼 것이 많다는데 넓은 성 안을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여러 볼거리 중 우아한 품위를 풍기는 실라 마다 사원은 궁궐 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 때 수천명의 참배객들로 붐볐던 이곳의 ‘어머니 여신상’은 라자 만 싱이 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가져와 모셔둔 것이랍니다.

작은 난간처럼 만들어진 궁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만큼 지쳤습니다. 목도 마르고 이젠 좀 쉬어야 겠군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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