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어려워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한글이 어려워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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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

[제주일보] “OO이 한글 다 알죠?”
“아~ 아직 가, 나, 다 밖에 몰라요. 애가 학원도 안 다니겠다 하고 집에서 엄마랑 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아서요. 학교에서 자음, 모음부터 배우고 있다 하니 일단 두고 볼려구요”
“아이고, OO엄마! 요즘 학교 들어갈 때 글자 모르고 가면 애가 엄청 힘들어해요. 1학년 때는 그렇다 쳐도 문제를 베베 꼬아서 내는 요즘 교과과정 때문에 한글 모르고, 읽기를 못 하면 다른 과목은 어림도 없어요. 얼른 학원이라도 보내세요”

어느 덧 학부모라는 길에 접어들었다.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나와 다른 엄마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래도 공교육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고 조기교육, 선행학습은 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사실 집현전 학자 정인지가 훈민정음 서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고 우리는 너무도 쉽고 당연하게 글자를 읽히고 썼다. 심지어 1945년에 문맹률이 78%였던 것에 비해 현재는 1% 미만으로 통계조차 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그 1% 미만에 드는 건 아닌 지, 그렇다면 한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게 옳은 것인지 알고 싶어 검색하다 찾은 책이 바로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이 책은 학교 선생님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2학년, 5학년 문맹 아이들을(솔직히 5학년이 문맹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2년간 가르치며 그들이 어떻게 변화했는 지에 대한 지도 방법과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올해 1학년들은 개정된 제5차 교육과정에 의해 수업을 받는다. 그런데 실제로 학교 입학하고 두 달 정도가 지난 지금 교육과정에 의문이 생겼다.
국어는 자음 모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데 수학 교과서나 알림장 쓰기는 글자를 모르면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알림장에 글자를 그리고 오는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글지도를 위한 교사용 학습 자료도 전무할뿐더러 현재 학교 시스템으로는 문맹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생님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점 때문에 실제로 1학기는 국어만 하고 2학기에 수학을 시작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학원을 다녀서라도 글자를 익히고 오라는 선생님도 있다고 한다. 교과과정은 매번 바뀌는데 교육대학 수업시간에 한글 지도 과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학습 이론과 학습 모형을 달달 외우기에 앞서 한글 지도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법이 필요한 건 아닌 지, 학생들의 수준별 학습을 고려한 교과 과정이 필요한 건 아닌 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초등 저학년은 해독(解讀)에 집중하고 고학년이 되면 독해(讀解)를 가르친다. 해독과정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고학년이 되어 스스로 독해가 가능하며 더 나아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제대로 책을 읽는 아이, 책을 읽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연구 결과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 느린 학습자, 난독증. 이런 아이들이 구사하는 단어와 문장의 유창성, 문장 이해력, 어휘력 등 어떤 점에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한 후 적절한 지도 방법을 찾아서 단 한아이도 포기 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이 하루 빨리 정착되길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 하고, 읽고 싶어 하며, 쓰고 싶어 한다.”
너무나 기본적인 욕구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간과되지 않도록,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가장 좋은 자료라는 저자의 말대로 우리 아이에게 좋아하는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어주고, 언어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될 수 있도록 인내심으로 지켜보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한글 교육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 교사들이 우리 아이들이 글자로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이 책을 참고하였으면 한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같은 훌륭한 과학자와 성룡, 톰 크루즈 같은 유명한 배우들도 난독증이었다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말자. <진승미 한수풀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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