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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5.09

[제주일보=부남철기자] 5월은 참 많은 기념일들이 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등 가족을 생각하는 날들이 있는가 하면 세계인의날(20일), 성년의날(21일), 부처님오신날(22일) 등 우리 사회와 이웃들을 돌아보게 하는 기념일들도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삶에 나침반이 되준 스승을 생각하는 스승의날(15일)이 있다.

스승의 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1963년 5월 26일에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J.R.C.)에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謝恩行事)를 했으며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해 각급 학교 및 교직 단체가 주관이 되어 행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돼 폐지됐으나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부활됐다. 스승의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나라에서 제정ㆍ시행되고 있고 매년 10월 5일은 ‘세계 교사의 날’이기도 하다.

스승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스승은 ‘사승(師承)’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한다. ‘스승에게서 학문이나 기예를 배우고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물론 단순히기술이나 기능을 배우는 것이 아닌 도덕적 자세 등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이다.

요즘에는 스승보다는 ‘멘토’라는 영어가 많이 쓰인다. 멘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에서 유래했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출정해 2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 이를 계기로 그의 이름은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또는 ‘스승’의 뜻을 지니게 됐다. 인도에서 선생님을 통칭하는 ‘구루’나 유대교에서 ‘나의 선생님’이라는 뜻의 ‘랍비’도 스승에 해당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승은 단순한 기술의 전달자가 아닌 정신적 지도자를 의미한다.

최근 현직 교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을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교사는 “스승과 교사는 엄연히 다르다”라며 전문적인 양성기관을 거쳐 자격증을 받은 교사를 스승이라 칭하고, 기념일까지 만들어 그 부담을 교사들에게 떠안기는 건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스승의 날에 ‘일절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야 하고, 카네이션 선물도 학생 대표에게서만 받아야 하고,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포상을 놓고 교사들이 눈치를 보는 등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재의‘스승의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교사로 당당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의 학창 시절 스승의날은 ‘뜻깊은 기념일’로 여겨졌고 지금까지도 직접 찾아뵙지는 못 하지만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스승들을 떠올리는 날이다. 이런 스승의날이 오히려 스승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다 못해 차라리 없어져야 할 날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권 추락으로 인해 스승의날 교사들이 축하받는 분위기는 사라져가고 있으며, 생화 카네이션조차 금지하는‘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런 모습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애쓰는 현장의 교사를 존중해야 한다. 자꾸 교사를 위축시켜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면 교사는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교사가 ‘스승’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교육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교사들도 스스로 존경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계속 냉대하는 분위기만 더 높아진다면 교사들은 결코 힘을 낼 수 없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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