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마을’ 꿈꾸는 무릉도원 '무릉2리'
‘복숭아 마을’ 꿈꾸는 무릉도원 '무릉2리'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8.05.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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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유대관계로 마을 공동체 '상생'…소득 창출 노력 '귀감'
무릉외갓집 新 6차 산업 선도 '눈길'…주민 협력 모델 '기대'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는 농촌마을에서 ‘무릉외갓집’ 운영과 ‘복사꽃피는 마을’을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제주일보=고권봉 기자] 인구의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로 돌입한 농촌 마을이 농산물과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고 있어 주위의 귀감을 사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한라산을 배경으로 제주도 서남쪽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무릉2리는 총인구 562명(지난 1월 31일 기준) 중 60대 이상인 속칭 ‘은퇴 세대’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마을이지만 마을 농민이 생산한 감귤과 메밀, 보리쌀, 감자, 마늘, 양파, 고사리, 좁쌀 등의 농산물을 포장, 배송하는 ‘무릉외갓집’을 2009년에 설립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무릉외갓집은 농작물의 재배부터 마케팅, 판매는 물론 식탁 배달까지 책임지는 ‘신(新) 6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을 찾고 “지역 주민이 주도해 스스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무릉외갓집’의 경제모델이 인상 깊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무릉2리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대대로 전해져 오는 ‘복사꽃 피는 마을’을 모티브로 마을 공터에 복숭아나무를 심고 올레길과 연계한 관광자원화와 복숭아 열매를 효소로 재생산해 판매하는 소득자원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복숭아꽃이 만발한 낙원인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복숭아 꽃이 만발한 무릉도원으로 성장을 기원하는 표지석,

▲좌기동-인향동-평지동 ‘통합’…무릉2리로 ‘단결’

무릉2리는 중산간에 있지만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광활한 평야와 곶자왈이 있는 전형적인 농촌부락이다.

현재 행정상으로 무릉2리는 인향동(仁鄕洞), 좌기동(坐起洞), 평지동(平地洞) 등 3개 동으로 편제돼 있지만 동별(洞別) 설동(設洞) 연대는 각기 다르다.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인향동은 둔포리(屯浦里, 된개)에서 도원리(挑源里)로 개명되던 당시 1768년 중장리(中障里)로 분향, 독립됐다.

반면, 좌기동과 평지동은 그로부터 수십 년을 지난 1830년쯤 취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승훈 무릉2리장은 “각 동의 설촌 초기 이주경로를 보면 인향동에는 모관 지역인 한경면과 한림읍에서 대부분 이주했고 좌기동은 대정 고을에서, 평지동은 한경과 모슬포 등지에서 이주해 세시풍습이 달라 지역별 왕래가 미미했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이장은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현대문명의 확산과 고령화로 특이한 면은 거의 사라져 가고 동별 청년회와 부녀회를 통합해 유대관계를 쌓아 마을공동체의 상생을 이뤄가고 있다”라고 더불어 사는 마을로 변하는 모습을 설명했다.

▲‘무릉외갓집’ 설립…전국 벤치마킹 잇따라

무릉2리는 포도와 감귤, 한라봉, 마늘, 양파 생산지는 물론 제주올레 11코스 종착점과 12코스 시작점으로 알려져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지역민이 청정 자연으로 빚어낸 농산물인 ‘바르고 안전한 먹거리’를 ‘무릉외갓집’이라는 영농조합법인을 거쳐 전국 각지의 식탁으로 배송하며 일자리와 소득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무릉외갓집은 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매달 집으로 보내는 ‘회원제 농산물 배송 서비스’로 전국 각지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꾸러미(월간 기준)는 사계절 내내 매월 15일~20일쯤 엄선한 제철 농산물을 회원 식탁으로 배송, 제주의 자연과 농부의 정성이 담긴 건강한 식탁의 완성에 마침표를 찍는다.

2009년에 설립된 무릉외갓집에는 마을 전체 194농가 중 46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매월 꾸러미를 배달받는 월간 꾸러미 회원은 약 350명, 매주 꾸러미를 직접 배송 받는 주간 꾸러미 회원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외국인 교사 등 90여 명이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대표는 “무릉외갓집은 마을 기업으로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 배송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릉외갓집,

▲‘복사꽃 피는 마을’…복숭아로 마을 안정화

무릉2리는 2006년 농식품부 지정 녹색농촌마을을 시작으로 2007년 법무부 지정 범죄 없는 마을, 2008년 행안부 지정 정보화마을 및 서귀포시 지정 자립마을, 2009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 우수마을, 2011년 농촌진흥청 지정 푸른농촌 희망찾기 우수마을과 농식품부 지정 농촌마을개발사업마을 및 소도읍 가꾸기 사업 마을, 2012년 농식품부 지정 밭기반 정비 사업마을 등 다양한 지정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2016년 이승훈 이장 취임 후 농로와 배수로 등 마을 안길 정비가 체계적으로 진행, 주민이 농사를 짓는데 불편함이 없는 도로 환경 개선 공정률이 70%에 이르고 있다.

이승훈 이장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 안길 정비에 에어 ‘복사꽃 피는 마을’을 모티브로 마을회 차원 소득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마을 내 공터에다가 복숭아나무를 심었으며 이를 통해 올레길과 연계한 관광자원화는 물론 복숭아 열매를 효소로 재생산, 판매해 소득을 올릴 계획이다.

이 이장은 “지난달에 복숭아나무 4~5년생 1200여 그루를 심었다. 앞으로 3~4년이면 수확, 음료 등을 만들어 마을 소득원으로 만들 생각이다”라며 “이 소득은 마을 환경정비 등에 나서는 청‧부녀회 등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는 등 희생만 강요하던 봉사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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