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생명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08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미선 수필가

[제주일보] 살아가는데 운동은 필수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약한 운동에서 격한 운동까지 본인의 끈기에 맞게 꾸준히 해야 한다. 그중에서 걷기야말로 쉬운 일이어서 다양한 효과까지 입증되고 있다. 누우면 죽음이요 매일 운동하면 세포가 살아난다고 한다.

몇 년 전, 환우들과 한강 공원 산책코스를 걸었다. 땀이 날 만큼 한 시간 거리를 걷다가 되돌아오는 길이었다. 천호대교 아래에 여러 대의 구급차가 몰려있고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인다. 근처의 다리 위에서 어떤 남자가 뛰어 내렸다 한다. 몇 시간이나 찾아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웅성거렸다. 어느 순간 물에 떠있는 시체를 대원중 한 사람이 발견하자 바빠진 이유라 한다.

나는 은근히 화가 났다.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인해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연장을 간절히 바라는 환우를 생각하면 자살한 남자는 불쌍하지도 않았다. 부모님으로부터 귀하게 태어났는데 주어진 생을 포기하려 들다니 어떤 이유로는 동정이 가지 않는다. 환우들은 살아있는 동안 무슨 일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 삶을 애타게 찾으며 실 같은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죽은 저 영혼은 제명에 못가서 염라대왕도 받아주지 않을 듯하다. 구천을 맴돌다가 어디에나 머물까.

높게 세워진 다리를 보자 삼십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시동생은 자영업을 하며 봉고트럭에 양말을 품목별로 잔뜩 싣고서 전국 도매를 했다. 서울로 진입 할 때 과로로 깜빡 졸면서 다리 위의 난간을 들이 받았다. 차체는 난간에 부딪치고 운전석의 사람도 튕겨나가며 한강으로 떨어졌다. 얼마나 강한 충격이었으면 메었던 안전밸트도 풀렸고 운전석 문이 바로 열려 버렸다.

그때 마침 강가에선 한강 구조대원들이 교육 중이었다고 한다. 기적 같은 일이 나타났다. 차량 사고 대부분은 높은 다리 위에서 떨어지면 사망 사고와 연결된다. 하지만 폭발음처럼 들리는 소리때문에 구조원들이 달려가 물속에서 정신을 잃은 시동생은 살아났다.

소식을 듣자 고향에서는 가족들이 급히 서울로 갔다. 사고차는 너무나 처참하여 폐차 처리했다. 사람이 수장 될 뻔 했던 사고는 장파열도 없이 목숨을 건졌다. 죽은 목숨인줄 알았던 사고는 후유증도 없이 직업을 바꾸게 하였다. 얼마간의 입원은 꿈만 같았고 지금은 삶을 되돌아보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다. 이 소식은 언론에 등장 하였고 동네 사람들은 조상이 도왔다고 입을 모았다.

시아버지는 풍수지리를 선봉 하였다. 남편이 젊은시절 잦은 병고가 뒤따르자 할아버지 산소를 세 번이나 이장을 했다 한다. 이장 덕분인지 나와 결혼 하고 두 아들까지 두게 되자 동네에선 산 이장을 잘했다고 수군거렸다. 그로후제 시아버지는 동네유지로 지내면서 이웃의 어려움이 닥치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그러던 차에 시동생이 한강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보니 더욱더 의미 심장하게 받아들여졌다.

생명은 재천이라고 한다. 하늘의 뜻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삶은 살아가면서 답답한 일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위기를 이겨 나가는 방법중 하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을 하는 자에게는 해결책이 나온다고 여겨진다.

좀 더 나은 내일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길 밖에 없지 않은가.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