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프롤로그
인체의 신비-프롤로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03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현재 의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인체에 대해 이해했던 관점과는 다른 패러다임(paradigm)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체를 뇌가 전신의 사령탑의 역할을 하고, 장기는 뇌의 지시를 따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신 과학은 이 상식을 뒤엎고 있다. 즉 몸속의 장기가 서로 직접 정보를 교환하며 우리들 몸이 유지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장기들이 서로 교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료계에 대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암이나 치매 또는 대사성 증후군 등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극복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의학계의 새로운 조류를 몇 회에 걸쳐 소개하려고 한다.

1) 신장이 수명을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신장을 오줌 정도를 만드는 대단치 않은 장기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지금 세계의 학자들이 신장의 기능에 대해 해명하려고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고 있다. 신장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여러 가지 장기와 교환하면서 장기의 작용을 조절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고지에서 훈련 중인 선수의 경우, 평지보다 산소가 적은데도 날이 지날수록 고지에 적응해 간다는 것이다. 이때 적응에 관여하는 기관이 바로 신장이다.

체내에 산소가 모자라면 이것을 알리는게 신장이고, 신장이 단련돼 가면서 고지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즉 산소가 모자라면 신장에서 ‘EPO(적혈구형성인자)’라는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EPO가 “산소가 모자라다”라는 메시지를 전신에 보내게 된다. EPO는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고 뼈에 도달한다. 뼈의 내부 ‘골수’에서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EPO가 닿으면 적혈구가 더 많이 만들어져 산소를 효율성 있게 운반하게 된다.

실제로 고지에서 훈련했을 때 2주 정도가 지나면 적혈구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산소가 모자란 고지에서 운동선수의 신장으로 부터 EPO가 많이 방출되므로써 지구력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둘째 신장을 수술함으로써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던 고혈압이 치료된다는 것이다.

왜 혈압이 내려가는 것일까? 신장은 온 몸의 혈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장 세포에서 ‘레닌(renin)’이라는 물질이 방출되는데 이것이 혈관에 이르면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신장은 이 레닌을 조절함으로써 온 몸의 혈압을 컨트롤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레닌이 직접 혈관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신장에서 레닌이 방출되면 그 다음 몇 단계를 거쳐 ‘안지오텐신2(angiotensin2)’라는 물질이 나와 혈관을 수축시키기도 하고, 몸에서 배출되는 염분량을 감소시키기도 하면서 혈압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셋째 신장을 조절하면 고혈압으로 발생하는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넷째 여러 가지 장기가 다 나빠서(다장기 부전)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던 환자가 신장을 수술해 되살아났다는 보고도 있다.

이와 같이 신장은 여러 기관과 관계하고 있다. 위에서 얘기한 산소량이나 혈압과의 관계도 신장에서 오줌이 만들어지는 기구(機構)와 연관돼 있다.

신장 내부에는 ‘네프론’이라는 구조를 가진 것이 있는데 여기에서 노폐물을 가진 혈액이 여과돼 깨끗한 혈액이 된다. 혈액이 여과돼 오줌이 될 때 교묘한 작용에 의해 혈액성분이 조정(調整)된다. 따라서 신장의 본래 기능은 오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혈액성분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

신장은 여러 장기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혈액성분을 교묘하게 컨트롤하고 있는 이른바 ‘인체구조의 핵심’이랄 수 있다. 역으로 다른 장기에 이상이 오면 그 영향이 신장에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장병을 잘 치료하지 않으면 온몸의 기타 장기에 옮겨져서 ‘다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신장이 건강 장수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