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대원에 ‘주취폭력’, 엄중처벌 뿐이다
119대원에 ‘주취폭력’, 엄중처벌 뿐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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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119 긴급출동차량을 만날 때 편도 1차선 또는 2차선 이상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진로를 양보하여 운전 또는 일시 정지.’ 이른바 소방차 길 터주기 요령이다. 이게 현실에선 ‘도로 위 모세의 기적’으로 표현된다. 제주에서도 곧잘 나타나는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은 도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상징되고, 이를 접하는 도민들은 마치 자신이 이에 직접 참여한 것인 양 기분 좋음을 느낀다. 이처럼 일반 차량 운전자 또는 인도를 걷는 보행자들조차 119 응급구조차량에 길을 터주는 것은 응급차량으로 후송되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굳어진 결과다. 이는 나아가 자신도 119 응급차량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상도 한 몫 한다.

응급차량으로 후송되는 사람은 말 그대로 일분일초가 아쉬운, 생사의 갈림길을 넘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긴박하고 신성시한 곳으로 여겨지는 응급환자 후송 119 차량 안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적반하장의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환자가 구조구급에 나선 119 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최근 전북 익산에서 취객의 폭행에 구급대원의 숨지는 사고가 발생,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취객에게 매 맞는 소방관이 한둘이 아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집계한 결과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후송 환자 등에 의한 119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13건에 이른다. 가해자 3명은 구속됐다.

현행 소방기본법은 소방관 폭행 및 소방 활동 방해사범에게 형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보다 처벌이 엄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방관 폭행사건은 근절이 안 된다. 이유는 소방관 폭행사범 대부분이 주취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주취 폭행’을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에 관대한 문화다. 이런 정서가 ‘주취 감형’ 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주취 감형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행할 경우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줄여 주는 형법 제10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로 인한 부작용과 이에 대한 일반인의 반발이 고조되면서 최근엔 주취감형이 줄어든 추세지만, 여전이 시행중이다. 취객으로부터 119 구급대원이 폭행을 당하는 일을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 이는 119 긴급 구조구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제도적 틀인 관련 법률의 개정이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 개정법률 심의 등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19는 외부의 도움에 앞서 스스로 이들 취객 환자의 폭력행위를 효율적으로 제압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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